목이 메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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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1   2016.04.2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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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메는 일

"남의 피를 먹는 것은
이처럼 팍팍하고 목이 메는 일이다
이것은 한때
선한 눈망울을 가진 어느 짐승의 몸속을
구석구석 헤매던 숯불들
.........."

'선짓국'이라는 제목의 시를 읽고 난 뒤
마침 해장국을 마주 대했습니다.
"구멍 숭숭 뚫린 현무암 덩어리" 같은 것을 뜨다가
미안하고 목에 걸리는 게 있어서
앞사람에게 건져주었습니다.

음식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굳이 따질 필요는 없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나를 위한 한 끼에 수많은 눈물이 들어있습니다.
비록 그것이 아픈 색깔을 보이지 않는 경우라도
내가 느끼지 못할 뿐
상처와 신음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여태 아무렇지도 않게 잘 먹어왔던 것.
나를 받쳐주는 수많은 것들에게 잠시 고마워합니다.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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