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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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2017.04.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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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지만,
뿜어져 나오는 향기가 있어 걸음을 멈춥니다.
두리번 거려 보지만,
보이지 않은 곳에 숨어 있어 찾지 못하는 향기의 발원지입니다.
수줍은 듯
라일락이 산에서 그렇게 피었습니다.
산에서 피어나는 라일락이 계절의 다툼에 합류했습니다.
진한 향기가 있어서 보란듯 내보이지 않아도,
이미 자신의 존재를 요란하게 드러 내놓은 것입니다.
고운 꽃 한송이 피우기 위하여,
겨우내 숨죽이고서 차가움을 견뎠습니다.
봄에 잠깐 피우기 위하여,
꽃잎을 떨구는 순간부터 1년간 잎과 가지로 견디어 낸 것입니다.
새싹일 때의 연약함에서는 차가움을 견디었고,
성성한 잎으로 성장하였을 때에는 세찬 바람을 버티었고,
꼿꼿하게 펼친 가지일 때 폭설의 무게를 지탱하여야 했습니다.
꽃 한 번 피우기 위하여여 여름 가을 겨울을 다 이겨낸 것입니다.
사람은
아니 견디고서
아니 참고서 자신은 옳고 남은 탓을 하고 원망하기에 바쁜 것입니다.
오로지 자신이 솓아 부어야 하는 노고와 희생임에도,
아니 행하고서 관여하지도 않은 남을 탓하는 것입니다.
비록 꽃 한 송이이지만.
그 면면을 살펴 보면 경이로움이 숨어 있습니다.
누군가가 땅을 푹 파버리면 사라지는 뿌리이지만,
누군가가 잘라 버리면 말라 비틀어 지는 잎과 가지이만,
온전하였기에 꽃으로 피어 나는 것입니다.
흙이외에는
무엇 하나 더하여진 것이 없는데에도
때 맟추어 싹을 피우고 꽃을 피운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경이로움이 됩니다.
없는 것에서도 그렇게 고운 색의 꽃을 피운 것이니 경이로움 그 자체인 것입니다.
때로는 흙을 떠나서,
척박한 돌 위에서도 싹을 내미는 것입니다.
범접하지 못하는 바위위에서도 잎을 피우는 것입니다.
흙에서 처럼 성큼 자라지는 못하는 것이지만,
세월의 모짐조차도 켜켜이 견디어 내는 것입니다.
마치 세월을 이기기 위하여 그 모진 곳이 필요하듯 싹과 잎을 내는 것입니다.
인간이 산다는 것은
사라짐으로 나아 가기 위한 긴 여정인 것입니다.
사라지고 말 삶일진대
무엇을 위하여 그리 바리바리 움켜 쥐려고 하는 것인지,
다 내어 주고서 너그러울 수 있다면 이미 자연을 닮은 삶이 되는 것입니다.
인간이 산다는 것은
떠남의 궤도를 따라 이곳의 시작에서 저곳에서의 끝맺음인 것입니다.
떠나가고 말 삶일진대
무슨 미련이 있어 챙기고 또 챙기려고 하는 것인지,
다 내려 놓고서 더 넓어지는 베품을 실천할 일입니다.
움켜 쥐려함에는
챙기려함에는
살아 있음의 징표는 될지 언정
숱함을 견디고서 피우는 꽃의 경이로움 같은 의미는 하등 없는 것입니다.
내어 줌과 내려 놓음으로 마음이 요동한다면,
그 속에는 세상을 녹이는 따스함이 넘실되는 것입니다.
정극원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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