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그머니 늙어가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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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그머니 늙어가는 방식

"이 집은 내 삶과 나 자신의 한 부분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지만 그건 마치
거북껍질이 거북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과연 누가 거북이처럼 되기를 바라겠는가?"

그렇지요, 누가 집을 거북이등처럼 되기를 바라겠습니까.
사계절 새소리가 들리고 소리 없이 꽃이 피고 지고
웃음이 만발하는 정돈된 집이길 바라겠지요.
그러나 집도 사람과 오래 동거하면,
그 사람을 닮는지 슬그머니 늙어갑니다.
그래서 허섭쓰레기를 치우고 칠하고 모양을 입히기도 합니다.

몸도 슬그머니 늙어가서 매일 좀 더 생기 있게 보이려고 애쓰지만
쉽지 않습니다.
집이야 정 안되면 이사를 가는 방법도 있으나
내가 늙었다고 내 몸을 스스로 떠나갈 수 없으니
나다운, 내 분위기를 잊지 않는 나를 가꾸어가도록
은근히 신경 쓰는 것이겠지요.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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