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인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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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인 것에 대하여

"로라에 대한 맹목적인 증오가 나를 괴롭혔다.
식당에서 줄을 서서 기다릴 때,
그녀와 식탁에 앉을 때면 나는 생각했다.
이 맹목적인 증오는,
구내식당에서 식사도구로 숟가락밖에 주지 않아서 생기는 거라고.
체육관에서 그녀에 대한 맹목적인 증오는,
로라가 뜀틀을 뛰어넘지 못해서 생기는 거라고 생각했다."

헤르타 뮐러의 소설을 읽으며, 나도 그런 때가 있었음을 상기합니다.
내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유난히 못마땅하고
그것이 반복되어 미움으로 발전했던 경우를.

사실, 못마땅했던 것에는 남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미웠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어쩌면 나의 선입견.
맹목적인 미움입니다.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것도 때로 위험하지만,
이런 미움도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어서
제아무리 합당한 이유를 만들어 나를 합리화시켜도
결국 내가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럴 자격이 과연 나에게 있었기는 했는지 반문합니다.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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