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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울로 졸졸 시작한 물입니다.

흐르고 흘러 종내에는 바다에 이릅니다.

바다가 뭔지도 몰랐을 텐데,

그 큰 바다에 당도하여 얼마나 당황하였을까.

 

시골의 농촌에서

너른 들판이 있는 것도 아닌데,

산이 에워싸고 있어 산머머가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낮은 산이라 하여도 정상이 있어

그곳에 올라 조금이라도 더 멀리를 바라다 보면 동경을 키우곤 하였습니다.

 

산의 정상에서는

때가 맞으면 하얀 연기를 뿜으며 달리던 먼곳의 기차가 보입니다.

그것은 신기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 큰 기차가 어떻게 달려가는 것인지를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기차는 친절하게도 간이역조차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서 정차를 하였습니다.

하루에 두번 다니는 것이니 우루루 사람들이 내리고 탔습니다.

 

어디에 갈 곳이 그리 많은 것인지,

어디에 가는 것인지는 알수가 없지만,

친정을 드나들던 시집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입니다.

 

구경만 하였을 뿐 한번도 타보지 못한 기차였습니다.

그러하니 남들이 타지 못하는 기차를 탈 수 있어 시집살이가 참을 만한 것이 되었을 것입니다.

고되고 서러워도 기차를 타고 찾아갈 친정이 있어 참을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수확이 끝나 텅빈 들판입니다.

원래 그러하였을 것입니다.

채워져 있는 것이 들판의 모습이 아니라 원래가 비워져 있었을 것입니다.

 

원래는 강이 흐르기 위하여 넓게 둔치를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넓은 둔치에는 텅비어서 갈대가 주인공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산의 정상에서 보면 강의 둔치가 아닌 들판은 별로 없습니다.

 

사람들이 그곳을 메워서 논밭을 만든 것입니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 내내 흘린 땀이 있어 수확이 있는 것입니다.

한 웅큼의 수확이라도 있으면 겨울나기가 수월하였던 것입니다.

조그마한 수확에도 기뻐할 수가 있었으니 가난하여 오히려 행복하였던 것입니다.

 

사람들이 겨울을 날 동안에 들판은 텅비어 있는 것입니다.

거두어 들이고 난 후의 들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비워 주었으니

들판의 시간은 채워져 있는 때 보다 비워져 있는 때가 더 많은 것입니다.

 

원래가 그러할 진대,

텅비워져 있어도 견디는 것이 가능한 것인데,

사람들은 아니 가지는 것을 참을 수가 없는 것인가 봅니다.

그것은 욕심인 것을,

그것이 노력하여 가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잘못 되는 것을 기다려 얻는 것임을,

 

누군가가 잘 되고

누군가가 노력하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더불어 흥이 나야 하는 것임을,

그런 마음이라면,

세상의 어려움도 세상의 시끄러움도 아주 쉼게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그런 마음이 발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골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지는 못하지만,

시간의 기억속으로는 되돌아갈 수가 있기에,

그래도 삶은 각박하지 않고 매마르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하니

삶은 지금 고단하다 하여도 그보다 더 고단하였던 지난 시간이 있어 견디기가 쉬운 것입니다.

 

정극원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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