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 같은 꽃망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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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9   2016.03.2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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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드름 같은 꽃망울이

'수많은 표정엔 천진과 거짓이 비치고
몸에 숲이 생기면서
그 숲의 짐승이 되려는지 얼굴에서도 뿔이 돋는 변성기들
신경질이 쾅, 문을 닫고 나간다

가깝거나 혹은 멀어서 욕을 보태고
뒤엉킨 잠과 퀴퀴한 공기로 채워진 가방은 가벼워
공중에 둥둥 떠다닌다
멱살을 움켜쥔 손으로 분노가 흐른다

어른의 법을 넘어선 그들의 법
다가오던 훈계가 돌아서지만
발톱세운 규칙은 싸늘한 벽에서 나온 것들,
모서리 잘 맞는 견고한 벽은 고리타분한 사전이다
빨간 밑줄 그은 오래된 페이지마다 성난 여드름이 갇혀있다

또래의 규칙은 늙은 어휘 너머에 있다'


시, 「또래의 법」의 일부입니다.
손을 고물거리던 아가 때는 이런 사춘기를 생각이나 했을까요.
그러나 그런 시기가 있기에 꽃을 피워내는 것이겠지요.
고리타분한 훈계보다는 봄바람처럼 따스한 말과 표정이
그들에겐 더욱 친밀하게 다가섭니다.
남녘의 꽃소식도 있지만,
이곳은 매화나무가 막 성난 여드름 같은 봉오리를 매달고 있더군요.
봄이 올라오는 기운이 하루가 다르네요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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