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벚 등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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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벚 등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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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을 내려오는 호흡이 비릿하다

서둘러 소금단지를 지고 나온 햇살이 파닥거리는 그늘을 절인다

연신 푸른 꽁지를 흔드는
산벚
내다보는 바깥이 저며진다

나무가 밖으로 쿨럭. 봄을 토해놓으면
공기의 방향을 따라 휘는 파문
차가운 지도를 헤엄쳐 나온 등고선이다

부푼 한철로 살아본 것들이 가지는 물결 진 무늬
나부끼는 허공을 따라가면
오후가 바람을 층층 발라낸다

게으름은 길고 시절은 짧아
너와 나의 한때도 저렇게 순간,
미처 지우지 못한 아린 냄새가 마음의 수로를 거슬러 오른다

가슴 뜨거운 곳으로 기우는 추억과
가장 낮은 곳으로 허물어지는 봄

앙상한 뼈들을 숨기기 위해 쉴 새 없이
봄은 숨을 부풀리고

가지가 잘 헤엄칠 수 있도록 유리창은
말갛게 제 안을 닦는다

- 최연수, 시 ‘산벚 등고선’


너와 나의 한때가 순간이듯
벚꽃은 이미 져 내렸지만, 잎과 꽃이 함께 핀 소박한 산벚꽃이 한창입니다.
추억이 다 져 내리기 전에
말갛게 내 안을 닦아 등고선 무늬 짓는 봄을 오래도록 내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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