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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이 흐립니다.

무언가 감추어야 할 비밀이 있는가 봅니다.

그렇게 해놓고서,

눈을 내리게 하려는가 봅니다.

하늘에서 마치 연극을 준비하듯

눈을 만들기 위하여 흐린 날을 만들었는가 봅니다.

 

이런 날에

시골의 개울은 여지없이이 꽁꽁 업니다.

하늘의 의도를 퍼뜩 알아차린 개울이 지레 얼음으로 응답을 하는 것입니다.

얼음위에 눈이 내려야 녹지 않고서 쌓이는 것이니 그리 하는가 봅니다.

졸졸 흐르는 물위로 눈이 내리면 그대로 녹아 사라지는 것이니 하늘의 노고가 빛나지 않으니 그렇습니다.

 

개울가 기대어 자라는 버드나무입니다.

무한정의 물을 마실 수 있어 버드나무가 쑥쑥 자라는 것입니다.

하루에도 몇 센티씩은 자라는 버드나무입니다.

 

잠시

고향을 떠났다가 돌아 와서 보면,

버드나무는 그 새 하늘에 닿아 있습니다.

버드나무가 개울에 진 빚을 갚으려고 그렇게 자라는가 봅니다.

하늘에 닿아서 하늘의 의도를 잽싸게 알아 내어서,

은혜를 입은 개울에게 귓속말로 전해 줄 요량인가 봅니다.

 

자연은 서로 기대어 자라고,

그 기댐에 무엇으라도 보답을 하는 연속인 것입니다.

서로 서로에게 보완이 되고 격려가 되는 것입니다.

생존을 위하여 다투어 쟁취하려고 하지만,

쌓아 둘 만큼의 쟁취는 하지는 않는 것이니 염치가 있는 것입니다.

다투어 쟁취하는 것 보다는 순응하고 협력할 때 얻는 것이 더 많은 것입니다.

 

물은 아래로만 흘러 내립니다.

한 번도 위를 향하여 거꾸로 흘러간 적은 없습니다.

물은 내려 보내고서는 뒤돌아 봄이 없는 것입니다.

엄격한 것입니다.

그러하니

개울의 물은 실수로  내려 보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엄격성을 유지하면서도

개울의 물은 긴 여정의 끝에 바다에 이르는 것입니다.

바다에 이르러 온갖 곳에서 여정을 마친 뭍 물들과 합류하는 것입니다.

혼자가 아니라 썪여서 바다를 이루는 것입니다. 

그렇게 썪여야 마르지도 않고 썩지도 않는 것입니다.

바다에 이르러 물은 사라지지 않는 영원성을 얻을 수 있음은 그렇게 어우려지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삶도 두 번은 없는 것입니다.

긴 여정이기에 그 행함에 있어서는 두 번도 세 번도 기회가 주어지는 것입니다.

낭패한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것이고,

크게 낙담하는 실패도 복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행함이 그러할지라도 주어진 삶은 한 번인 것입니다.

 

그러하니

혼자의 이기적 채움이 아니라 여럿을 위한 이타적 행함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기적 욕심은 사소한 이룸으로 끝나지만,

이타적 행함은 오래 남는 이룸이 되는 것입니다.

설사 그런 이룸이 되지 않는다 하여도 의미는 남는 것입니다.

 

정극원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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