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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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딱 지나가는 가을에 더욱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늘 베풀어 주시는 자상함에 항상 큰 감사를 드립니다.

 

요즘 햇살이 맑습니다.

거대한 것도 변덕이 있음을 보여주려는 듯

어제는 차가움이더니만,

오늘은 따스한 밝음이 되었습니다.

 

그새

가늘어진 잎들이

무게를 줄여서라도 나무를 떠나지 않고서 더 오래 붙어 있고픔일 텐데,

엷게 내린 이슬도 견디지 못하고서 지상에 내려 앉았습니다.

 

가지런하지 않게 나 뒹구는 낙엽입니다.

아침을 연 스님의 부지런함이 있어

가지런 하게 마당이 정리되었습니다.

 

비질이 끝난 마당에는

늘 묘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떨어진 낙엽을 그대로 두어도 무방하건만,

떨어짐과 정갈하게 치우는 수고로움 사이의

그 짧은 시간에는 묘함이 있는 것입니다.

 

생명은

그리 오래고 긴 것이 아니라

마치 지상에 내려 잠시 자리를 잡는 그 짧음같은 것입니다.

그 짧은 동안만 제 자리를 찾았다가,

금세 사라지고 마는 것입니다.

 

어쩌면

낙엽에게 있어서의 시간이란

머무름의 가지에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땅에 내려와 마감을 하는 시간인 것입니다.

 

세상에

마감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땅은

하늘을 바라고

비가 내리기를 바라고

바람이 불어오기를 바라고

눈이 내리기를 바라고

 

하늘은

지상을 향하고

땅이 밭쳐 주기에 하늘이 존재하는 때문입니다.

내려 보냈을 때의 마지막 착지점이 땅인 것입니다.

내려 보낸 비도

내려 보낸 눈도

땅에 내려서야 착지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그러하니

땅과 하늘은 따로 노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것들이 그러했으면 좋겠습니다.

이편과 저편이 따로가 아니고,

이곳과 저곳이 별도가 아니고.

구분될 뿐 같이인 것입니다.

 

피어남과 떨어짐이

또한 다르지 않는 것입니다.

그 순서의 다툼도 없는 것입니다.

피어났으니 융성하고서 또 떨어지는 것이고,

떨어진 것이니 그 위에 또 새로움이 피어나는 것입니다.

 

그러하니

무르익는 것에 아쉬워할 것이 없으며

흘러가는 것에 애닮아 할 것도 없으며

사라져야 하는 것에 애석해 할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정극원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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