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바구미처럼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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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바구미처럼 가볍게


쌀을 씻는데 바구미가 까맣게 뜬다 한사코 구석으로 몰리는 먼지 같다 보자기를 펼치는 것처럼
확 떼로 펼쳐지는 바구미 바구미가 뜬 구석이 생생하다 바구미가 뜨면 공중이 자라는 것 같다
자라난 공중 끝에 서 한없이 작은 바구미가 뜬다 불쑥 없던 것이 뜬다 당신이 바구미처럼 뜬다
당신이 가볍게 복원된다 당신을 떠올리는 어느 날 바구미가 뜬다 마른 꽃에 남은 바싹바싹 햇살
처럼 뜨고 귓속을 지나 목구멍을 지나 혈류를 타고 심장까지 닿는 이명처럼 뜬다 먹다 만 흰죽
에 도는 웃물처럼 바구미가 뜬다

뜬다는 것보다 더 분명한 기척이 있을까 사무치게 떠올리지 않아도 당신이 뜬다 바구미가 까맣
게 뜬다

- 홍경나, 시 '바구미'


문득, 떠오르는 것들이 있습니다.
쌀을 씻을 때 물에 뜬 바구미처럼 그렇게 가볍게 불쑥.
가볍게 뜬다고 무게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잠깐잠깐 마음을 흔들고 가는 것들.
무언가 대단한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하루는 아주 가벼운 것들, 가벼운 생각으로 뭉쳐진 시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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