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 사회주의 발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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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봉석종현논단>

토지공개념, 사회주의 발상인가!!

헌재의 위헌 판결에도 힘으로 밀어붙이는 정부 여당

 

부동산 적폐청산의 궁극적 목표는 우리 헌법에 명시된 토지공개념을 보다 구체적인 법률로 구현해 불평등에 좌절한 국민에 희망을 주고 양극화에 고개 숙인 국민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검찰파동으로 파란을 일으킨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말이다.

 

아니 추미매의 페북을 통해 제기된 것이지만, 어쩌면 이 같은 구상이 현 정권이 지향하는 것일 수도 있다.

 

특히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문화하는 문제는 집권 민주당이 이미 총선 전부터 도입 논의에 불을 지펴놓은 상태다. 2018년 정부가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추가하는 내용의 헌법개정안을 발표한 이후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논의를 주도하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토지공개념은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채택한 우리나라의 헌법에 위배되는 '국유화' 제도라고 할 수 있을까?

 

우선 토지공개념과 토지국유화를 동일시하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실상과 거리가 있다.

 

 

 

일반적으로 토지공개념 논의의 시작은 미국의 정치경제학자인 헨리 조지가 1879년 발간한 '진보와 빈곤'으로 여겨진다. 헨리 조지는 '토지의 공공성'을 강조한 이 책에서 "토지(land)를 몰수할 필요는 없지만 이윤(rent)은 몰수할 필요가 있다"는 구절로 토지공개념을 정의했다. 토지를 국가가 몰수해 소유하는 '토지국유화'와 구별해 '개인이 토지를 소유하도록 하면서, 토지의 사용과 처분에 따른 이익을 국가가 회수해야 한다'는 취지다.

 

 

 

헨리 조지의 이 같은 사상은 1976년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연합인간거주회의(HABITAT)에서 구체화했다. 134개 회원국 대표는 이 회의에서 "토지는 인간거주에 있어서 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시장에 방치되는 보통의 자산으로 취급할 수 없으므로 국가 전체이익을 위한 규제하에 있어야 한다. 토지의 소유, 이용, 개발을 공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환경보전·주거수준의 향상을 위해 불가결하다"고 선언했다. 토지의 사유재산성을 인정하면서도 국가 이익을 위해선 규제가 가능한 것으로 본 것이다.

 

 

 

토지 국유화는 소유권 자체가 국가에 귀속되는 것이고, 토지공개념은 소유권은 민간에게 있지만 토지를 이용하고 처분을 할 때는 일정 부분 공공재 성격을 인정해 사유재산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다.

 

한국 헌법재판소 역시 토지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했지만 토지공개념을 토지국유화와 동일시하지는 않았다.

 

헌재는 198912'토지거래 허가제' 사건에서 토지공개념에 대해 "토지소유권은 이제 더 이상 절대적인 것일 수가 없고 공공의 이익 내지 공공복리의 증진을 위해 의무를 부담하거나 제약을 수반하는 것으로 변화됐다. 신성불가침의 것이 아니고 실정법상의 여러 의무와 제약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현재 헌재 결정 이후 우리나라는 이른바 '토지공개념 3대 제도'로 불리는 '택지소유상한법''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환수법'을 제정하면서 토지제도에 대한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세 제도 모두 헌재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반대여론까지 비등하면서 국내 토지공개념 논의는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헌재는 19947'지가(地價) 상승으로 인한 초과이득을 세금으로 환수'하는 제도인 토지초과이득세에 대해 "초과이득의 기준을 법률에 규정해 두어야만 함에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대통령령에 맡겨 둬 조세법률주의 취지를 위반했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토지초과이득세는 결국 4년 뒤인 199812월 폐지됐다.

 

 

 

이 같은 헌재의 위헌 또는 헌법 불합치 판단은 2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토지공개념을 반대하는 측의 주요한 논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헌재가 세 제도에 대해 모두 위헌 판단을 내렸고, 그 중 두 개의 제도가 폐지된 만큼 토지공개념을 다시 논의하는 것은 국론분열을 불러올 뿐 아무런 실익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헌재가 토지공개념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헌법 위반사항이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토지공개념 도입 자체에 '불가'로 쐐기를 박은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헌재는 택지소유상한제에 대해 "실수요자가 아님에도 지가상승을 기대하고 토지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필요 이상으로 보유함으로써 실수요자의 토지소유와 이용을 가로막는 사회적·국민경제적으로 유해한 행위를 방지하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또 토지초과이득세에 대해서도 "헌법상의 조세개념에 저촉되거나 그와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이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곡절많은 토지공개념 입법의 역사에 비춰볼 때, 개헌을 통해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하려는 현 여당의 구상은 결국 부동산 관련 입법시 과거처럼 위헌 판단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해외 사례는 어떨까?

 

 

 

한국처럼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채택한 나라 중에도 이미 자국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들이 있다.

 

독일 헌법은 토지와 천연자원, 생산수단을 보상을 통해 공유재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다. 헌법 15조는 '토지천연자원 및 생산수단은 사회화를 목적으로 보상의 종류와 정도를 규정하는 법률에 의해 공유재산 또는 공동관리경제의 다른 형태로 전환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탈리아 헌법도 토지의 합리적 이용과 공평성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에 법적인 책임과 제한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헌법 42조에 '부동산은 공적이거나(Public) 사적(Private)인 것'이라고 규정했고, 헌법 44조는 '토지의 합리적 이용과 공평한 사회적 관계를 보장하기 위해, 토지의 사적 소유에 법적인 책임과 제한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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