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권의 장관들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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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봉 석종현논단

 

문재인정권의 장관들을 말하다

장관의 입각경위, 임기, 권한의 상관관계

 

조선시대에는 판서를 얼마나 자주 교체했을까? 얼마 전 한 대학 연구소가 즉 판서의 평균 임기를 조사해 보니 169일에 불과했다고 나와 있다.

조선 시대의 판서는 오늘날의 장관, 영의정은 총리인 셈이다. , 영의정은 지금의 국무총리 정도에 비교될 수 있겠고, 좌의정이나 우의정은 부총리급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그리고 6조의 판서는 오늘날 각 부처의 장관급에 해당하는 관직이라고 할 수 있다.

영의정을 비롯해 6조판서는 임금을 도와 국정 의 중심에서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그 정책을 집행하는 최고의 수뇌부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국왕의 승하 등으로 국정의 공백이 생길 경우에는 이른바 원상(院相)이 되어 국정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역할도 수행하였다.

이렇게 본다면 조선시대 영의정을 비롯한 각 판서의 역할은 오늘날의 총리나 장관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6조 판서 평균 임기가 169일이면, 꽤 짧은 기간인데, 구체적으로 판서들의 평균 임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먼저 6조 판서 가운데 호조판서가 가장 재직기간이 긴 250일로 조사되었고, 이어 병조판서가 237일로 길었다.

 

이에 비해 문신 인사를 관장하던 이조판서는 평균 170, 국가의 토목 공사를 맡아보던 공조판서는 141, 국가의 의례나 문교를 관장하던 예조판서는 128일 등으로 조사되었으며, 형정을 관장하던 형조판서가 가장 낮은 87일로 조사되었다.

 

지금의 국무총리와 부총리에 해당하는 삼정승의 재임 기간을 17세기에 한정해 본다면 영의정의 경우 458, 좌의정은 357, 우의정은 355일로 나온다. 이런 수치는 조선시대 평균인 영의정은 926, 좌의정은 585, 우의정은 474일에 비교하면 상당히 짧다. 아마도 17세기가 다른 시기에 비해서 당론을 앞세운 정쟁이 심했던 만큼 인사 빈도수가 다소 높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최근 초대 정부부터 현 문재인 정부까지 전현직 장관 1천여명을 분석한 도서가 발간되어 화제다. 장관들이 어떤 인생경로를 걸어 그 자리에 갔는지, 각 정부에선 어떤 인선 배경이 있었는지, 발탁 배경과 임기 중 업적은 무엇인지 등 장관들의 특징을 평가는 배제한 채 사실 위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준다.

정권별 장관들을 살펴보다 보면 한국의 현대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1공화국 시절에는 장관이 수시로 교체돼 내무부 장관만 총 20차례 바뀐다.

정부 수립 이후 발발한 한국전쟁 당시 전쟁통 속에서 정부가 어떻게 돌아가고 대처했는지도 알 수 있으며 해외 원조에 의존해 국정을 운영하던 안타까운 모습도 확인된다.'장관을 보면 그 시대를 알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책 말미에 수록된 역대 장관과의 인터뷰는 현직 또는 미래 장관에게 현실적이면서도 건설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정부조직에 있어서 장관은 목수가 필요한 연장을 마련하는 일과 같다. ‘목수가 연장 나무란다는 말이 있지만, 아무리 유능한 목수도 연장이 시원치 않으면 집을 제대로 지을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좋은 연장을 다 갖춘 유능한 목수도 적절한 보상체제(비금전적 보상 포함)하에서만 최선을 다하게 된다는 점은 강조되어야 한다.따라서 정부조직의 우수 공직자 확보를 위한 제반 조치들도 국정 수행에 있어 목수 격인 모든 공직자의 행태와 업무자세 변화를 유도해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때 비로소 그 효력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럼 모든 공직자가 맡은 바 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여건 마련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무엇보다 먼저 현재 우리의 대통령책임제하에서 한 번 임명된 장관은 원칙적으로 대통령 임기와 함께 간다는 전통을 세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각 장관에게 부하공직자의 인사권을 되돌려줘야 한다. 인사권 없는 단명 장관 리더십하에서 부하공직자들이 어려운 일들을 소신 있게 추진해주길 기대할 수 없다. 장관의 보호 없이 자기 선에서 국회 청문회와 감사원 감사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직자의 적극적 업무자세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단명의 장관들을 믿고 소신 있게 추진했던 정책 수행이 문제되어 선배 고위공직자가 처벌받은 실제 사례마저 있었으니 말이다.

정부조직 개편과 공직자 채용 및 보상체제에 관한 제도적 개선과 함께 정부의 기능, 특히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규제개혁 또한 정부개조의 중요한 일환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왔고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규제개혁 전반에 관한 부정적 논의가 펼쳐지고 있어 우려된다.

규제에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 그리고 안전에 관한 규제와 같이 필요하고 좋은 규제가 있는 반면, 일반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기업이 국내 투자를 기피하고 외국 투자를 선호하게 된 결과 우리 근로자들의 국내 일자리를 줄이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규제가 있다. 규제개혁의 기준은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오늘날의 일류 선진국의 사례와 국제기준(global standard)을 벤치마크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그럴 경우, 대부분의 좋은 규제는 현재보다 더 강화해야 하는 반면 일반 기업 활동 관련 규제는 상당 부분 완화 내지 철폐되어야 할 것으로 판명 날 것이다. 기업 활동 관련 규제개혁은 결과적으로 규제를 담당해온 전직관료에 대한 공공 및 민간 부문의 수요를 줄이게 되어 소위 관피아문제를 해소하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을 포함하는 국가개조 노력에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서야 할 것은 물론이려니와 우리 모두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 국민적 대재앙을 품격 있는 일류 선진국 진입을 앞당기게 하는 계기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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