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막의 스타 윤정희의 비루하고 남루한 현재에 절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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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봉 석종현 논단>

 

은막의 스타 윤정희의 비루하고 남루한 현재에 절망하다.

기억은 때묻고 더럽혀진 채로 쌓여가는 것이다. 모든 추한 꼴을 다 견디고 나서야 마침내 다가오는 생의 끝, 해피엔딩이란 어쩌면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아직 그 끝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 중요한 것은 그것이었다."

영화배우 윤정희가 대중들에게 드리워진 현재의 버림받음이 어쩌면 이럴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들 모두가 스타 윤정희의 추억을 배신할 지라도, 더 이상 낭만적 환상을 기대할 수 없을지라도, 아직 그 끝을 모르는 생의 남루함은 견딜만하다고 대중들은 속삭인다.

타국 멀리 파리에 있는 까닭에 우리들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어디엔가 그가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삶은 위로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의 현재는 '감옥의 뜰' 이 펼쳐지고 있는 듯 싶다.

그는 환상을 상실한 생을 엄습하는 환멸을 극복하려고 애쓰는 슬픈 열망의 힘을 보여준다. '그의 뜰''삶의 물결이 밀어낸 생의 가장자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비루한 일상 속에서 좌절과 울분을 삭이면서 생활을 보듬고 거친 현실의 파도를 넘어야 하는 인생들이 현재의 윤정희를 구성한다.

 

우리가 스타였던, 아니 여전히 스타인 배우 윤정희를 차용해 가냘프지만 처절한 삶의 고투를 상징적으로 그렸내고 있다.

 

사람의 환상을 잃은 ''와 그런 환상을 처음부터 포기한 '윤정희'의 삶이 엇갈리는 삶이다. 그는 지금 불구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먼 바다를 날아가는 나비의 날개처럼 너덜거리는 생일지라도 소중한 것이다. '윤정희'는 환상 속에서 바다에서 팔다리를 잃고 몸통만 남은 남편의 환영을 껴안아주면서 짜디 짠 환멸로 고통스런 생의 상처를 치유하려고 한다.

"영화에 대한 열망은 외출을 꿈꾸는 열망처럼 아직도 윤정희의 가슴 안에서 불온하다"며 새로운 작품들을 고대하던 윤정희.

'그의 안'에서 궁핍과 이별과 비굴에 지친 윤정희는 영화 속에서 '실제보다 더 아름답고 실제보다 영원한' 꿈에 탐닉한다.

 

윤정희의 이력들은 대개 이야기의 처음과 끝이 조응하는 반지 모양의 서사 구조를 지니고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결말의 한 순간으로 집약된다. 과거의 상처는 치유의 아름다움을 만나고, 불투명한 미래 앞에 선 현재의 삶은 위로 받으며 끝난다.

 

윤정희 영화의 매력은 자의식과 이야기의 조화를 이루면서, 사람들에게 잠재된 '서정적 자아'를 일깨우는 한 순간을 꽃피우면서 그 향기는 짙고 오래간다.

 

그런데 그의 현실은 그러하지 않았다.

우리 남매들은 그저 누나(윤정희)가 남은 생을 평온하게 지내길 바랍니다.”

 

알츠하이머 투병 중인 원로배우 윤정희(본명 손미자)가 프랑스에 방치돼 있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7일 남편이자 피아니스트인 백건우가 소속사 빈체로를 통해 거짓이며 근거 없다고 해명한 데 이어 8일 윤정희의 남동생들이 문화일보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이를 재반박하고 나섰다.

미국에 거주 중인 윤정희의 셋째 남동생 손병우 씨와 국민청원을 직접 올린 다섯째 손병욱 씨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나서게 된 이유를 자세히 밝혔다. 그들은 후견인 소송에서 패소한 후 기가 막힌 상황을 호소하기 위함이라며 백건우와 그의 딸이 비행을 감추고 호도하기 위해 재산 문제를 내세우며 모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생들은 20195월 백건우가 한국에 머물던 윤정희를 데리고 돌연 프랑스로 간 것은 요양원 문제로 인한 다툼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손병우 씨는 “20191월 모친상으로 가족이 모였을 때, (백건우가) 너무 지쳐 더 이상 윤정희를 보살피지 못하겠다. 형제들이 맡아야겠다고 했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생각해 우리가 기꺼이 맡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형제자매들이 요양원으로 비용이 상당한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곳을 알아보자 그만한 돈은 없다며 윤정희를 납치하듯이 데리고 떠났다는 것이다.

 

이후 동생들은 후견인 자격을 놓고 프랑스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가 지난해 11월 최종 판결에서 패소했다. 이들은 프랑스와 서울에 아파트 5채를 소유 중이라며, 이 중 한 채만 처분해도 간병비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손병우 씨는 후견인 개시 신청은 보통 배우자가 하고 1순위인 배우자가 후견인이 되지만 백건우는 보호자가 되길 원하지 않았다. 수십 년을 함께 살아왔던 아내가 늙고 병들었다고 저버린 것이다. 후견인으로 지정된 딸도 엄마의 간병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며 소송에선 졌지만 앞으로 누나의 구출을 위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재산 운운에 대해서는 모욕죄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백건우 지인들은 윤 씨의 형제자매들이 오랜 기간 윤 씨의 재산으로 생활비를 일부 충당해왔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6남매 중 1명이 윤 씨의 재산을 관리해왔는데 정확히 어디에 쓰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식사 준비나 스케줄 관리 등 단순 체재비 지출을 뛰어넘는 금액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백 씨는 2019년 초 윤 씨가 모친상 당시 귀국했을 무렵 남매들 가운데 한 사람이 윤 씨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후 한국의 요양병원 몇 군데를 알아보다가 그해 5월 파리 근교에 윤 씨의 거처를 마련했다고 한다. 이 지인은 또 후견인 신청을 하지 않은 백 씨가 윤 씨의 보호자가 되길 원하지 않았다는 가족의 주장에 대해선 “1년 내내 공연 일정 때문에 해외 각지를 돌아다니는데 어떻게 후견인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영화배우 윤정희의 삶은 그간 독특한 세계로 주목받아 왔다. 말로 표현하자니 내키지 않고, 쉽게 잊히지도 않는 앙금 같은 감정이나 삶의 애매한 순간을 그는 요령 있게 포획해 선보이곤 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사랑했지만 결혼을 한 후 무탈하게산 그 여자가 지금은 비운한 주인공이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내밀한 상처가 세밀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는 인생이 낭비되어 버린 것을, 어떤 선택지에도 동그라미를 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동안 이곳의 누구보다 외롭고 비참해져 있다.

죽음을 대비할 시간이 지루할 정도로 길어진 시대의 역설적 악몽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평비루한 삶의 시간이 정녕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는지,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현실적으로 연결된다.

그는 지금 파란만장하고 고단한 삶을 산다.

하지만 단순히 사람들을 주변인들이 속인다. 오히려 영화배우 윤정희의 자리에서 내려와 삶을 되찾으려는 평범함의 의 뒷덜미를 잡고 있는 것은 그의 가족들이다.

스타 윤정희 삶의 목적이자 이유가 돼 버린 은막의 스타를 윤정희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지금 현실을 잊고자 만든 자신의 환상에 결국 더 큰 상처를 입는, 힘없는 노년의 절망적인 삶들이 노출된채 방황하고 있다.

그의 희망은 봉인되고 출구마저 막힌 악몽의 끝없는 순환을 보여 주는 파국의 불안이 가중되는, 이른바 왜곡되고 전도된 그림자들로 혼돈의 도가니가 된 파리에서 벌어지는 남루한 사건들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안타까운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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