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學의 危機인가 法曹의 危機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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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2   2016.03.1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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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시론 제40호]

법치시론 제40호는 필자의 법률신문 제3109호(2002.9.26.) 칼럼을 전재한 것이다.

 

 

목요일언: 法學의 危機인가 法曹의 危機인가?

 

石琮顯 교수(단국대)

 

필자는 지난해 11월 22일 법제처로부터 사단법인설립허가를 받아 한국법제발전연구소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公法學徒가 연구소를 만들게 된 것은 우리 헌법이 법치국가의 원리를 기본원리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치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하에서 합헌적 법치주의가 실현되어야 하는 것은 당위론적인 것이나, 현실은 그러하지 아니하며, 이른바 법과 현실과의 괴리가 매우 심하다. 예를 들면 행정기관이나 사기업에 있어 법무부서는 이른바 한직에 속하기 때문에 법학도마저 기피하고 있다. 게다가 업무 역시 소송업무가 그 중심이 되고 있다. 법무는 곧 소송업무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기업의 경우 법률고문은 당연히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은 경영자들의 고정관념에 속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기업경영은 공법질서의 범주내에서 이루어져야하고, 수많은 경제법령들이 기업의 경제활동을 규제하고 있어 그것은 오히려 공법적 제도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법률적 문제를 송사의 문제로만 파악하는 경우 그것은 민사소송이나 형사소송의 문제가 되어 법학도(법조인포함)들의 영역을 축소하게 되는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공법제도의 문제와 관련하여 생기는 송사문제는 그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고 전문화되어 있는데, 현행의 행정소송으로는 그 전문성을 제대로 살리기 어렵게 된다. 최근에 전문영역에서 변리사, 세무사, 회계사 등들이 소송대리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향은 우연이 아니며, 그것은 법조계가 전문화되고 있는 시대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자업자득의 소치인 것이다.

사실 시대는 법조인들의 전문화(예컨대 무역, 보험, 조세, 교통, 해운, 항공, 전자거래, 농업, 생명공학, 지적재산권, 환경, 연예․스포츠, 정보통신 등)를 오래전부터 요청하였지만, 법조계는 이를 진지하게 받아 들이지 않았다. 법조의 전문화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책무라는 점을 법조계가 진지하게 수용해야하고, 개방적 사고를 바탕으로 그 대처방안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법조계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법학계와의 협조방안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최근에 법학계에서는 법학교수를 포함하는 진정한 의미의 법조일원화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한 법학계와 법조계의 공동대처 방안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 선진 각국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훌륭한 법학자가 없는 사회에서 법률문화는 향상될 수 없고, 차원 높은 법률문화의 발전은 학계와 법조 실무계가 상호 보완적 협력을 함으로써만 가능한데, 이와 같은 당위론을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이미 우리 법학의 위기를 자초하였고, 아울러 법조의 위기를 초래하였지만 그와 같은 인식을 찾아 보기가 어렵다. 그러하다면 법학계와 법조계는 머지 않은 장래에 가상적 위기가 실제상황이 되는 현실에 직면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법학과 법조의 위기는 결국 법치의 위기로 귀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최근에 정부가 국무총리 서리제 관행을 내세워 서리제위헌론을 계속하여 고집하는 것을 보면 필자가 말하는 위기가 보다 심각함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국민정서의 논리가 법논리보다 앞서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법률신문 제3109호, 2002.9.26.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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