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에서 얻은 것과 잃어버린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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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봉 석종현논단/ 한미정상회담에서 얻은 것과 잃어버린 것들

미국.중국 모두 둘다 중요하다는 청와대의 고루한 외교인식

한 국가의 돈과 목숨을 양다리외교에.... 나라 절단 날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4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정부 전략적 모호성의 무게추가 미국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과 관련, “미국과 중국은 우리에게 모두 중요한 나라라며 원칙과 가치를 견지하면서 한미 포괄적 전략 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했다.그러면서 미국은 외교 안보 근간이고 평화 번영의 핵심축이며, 중국은 최대 교역 파트너이자 한반도 문제 관련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파트너라며 이런 입장에서 이번 정상회담이나 공동성명 협상이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이 어쩌다 목숨을 놓고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따지는 나라가 되었는가?

 

한국의 안보 환경이 요동치고 있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절멸(絶滅) 시킬 수 있는 핵무기를 거의 실전배치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과 대한민국 등 그 힘을 합치면 북한과는 상대도 되지 않을 만큼 막강한 세력이 지난 20여 년 이상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을 막겠다고 벌인 6자회담, 한국주둔 미군 핵무기 전면 철수, 북한을 달래겠다며 퍼부어준 수십억 달러, 국제정치 역사상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던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도래한 참혹한 상황이다.

 

지난 20여 년 간 시행했던 북한 핵개발을 막기 위한 정책들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겠다며 우리가 사용했던 정책과 전략들이 애초부터 말이 되지 않는 엉터리였기 때문이다.

 

북한에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주면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리라는 믿음, 주한미군의 전술 핵무기를 철수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리라는 발상, 햇볕을 쬐어주거나 돈을 주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믿음들은 원천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필자를 포함한 수많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수 십 년 동안 그런 방식으로는 북한 핵을 결코 포기 시키지 못할 것임을 목청 높여 외쳐왔다.

 

필자의 주장이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6자회담과 주한미군 핵 전면 철수, 북한에 퍼부은 수십억 달러, 그리고 햇볕정책이 왜 의도했던 결과들을 하나도 얻지 못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또 그 동안 대한민국 정부의 대북(對北) 정책을 우려하며,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외쳤던 재야(在野)의 목소리들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금명간 북한은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핵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우리는 지금 핵전략 이론에 의거할 경우 결코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 즉 북한 핵미사일 공격을 막아볼 요량으로 여러 가지 궁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차선책 중에서 그나마 가장 능력이 확실한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체계(MD)에도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모순(矛盾)이라는 고사성어(故事成語)가 있다. ()과 방패()를 파는 사람이 자기가 파는 창은 뚫지 못할 것이 없으며, 자기가 파는 방패는 막지 못할 것이 없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그 장사꾼의 말 중에서 하나는 거짓이다. 역으로 말하면 하나는 진실이다.

 

창을 가진 자는 궁극적으로 적을 죽일 수 있지만, 방패를 가진 자는 100번 중 99번을 잘 막아도 한번 실패하면 결국 적에 의해 죽는다.

 

99번을 성공적으로 막았어도 방어자가 승리한 것은 아니다. 공격자가 승리하지 못한 것일 뿐이다. 방어가 공격보다 유리하다는 이론이 있고, 공격자는 방어자보다 3배의 병력이 필요하다는 이론이 있지만, 그것은 국가 차원의 전략에는 해당되지 않는 전투 현장에서 병력 계산을 위한 전술 이론일 뿐이다.

 

 

 

중국은 미국에 어떤 협박도 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에 대고는 심지어 북한과의 관계를 다시 개선할 것이라는 발언까지 한 모양이다. 대한민국 당국자들은 중국이 다그칠 때마다 아직 미국이 요구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느냐며 어정쩡한 입장을 취해 왔다.

 

필자는 이런 비판을 떠나 대한민국이 어떻게 전략적으로 모호할 수 있는 나라인지를 묻는다. 수 년 전에는 동북아의 균형자(balancer)’라는 용어를 잘못 사용했다가 낭패를 당한 적도 있지만, 균형자라든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개념은 대한민국처럼 국가안보가 어려운 상황에 있는 나라들이 나서서 해야 할 발언이 아니다.

 

우리가 사용하거나 알고 있는 국제정치학 개념은 거의 대부분 강대국 학자들이 강대국의 국제정치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것들이다.

 

균형자, 등거리 외교, 혹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개념들은 막강한 나라들이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전략일 뿐, 한국과 같이 상대적으로 약한 나라들이 취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약한 나라들은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균형자, 등거리 외교를 잘못하면 약한 나라는 찢어진다. 전략적으로 모호한 입장을 취할 경우 약한 나라는 강한 두 나라 모두로부터 신뢰를 잃는다.

 

더구나 우리는 지금 갈등을 벌이는 두 강대국 중 하나인 미국과 60년 이상 동맹관계에 있는 나라다. 우리가 모호한 입장을 취하면 미국은 한국을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라고 볼 것인가? 또 미국과는 동맹을 유지한 채 중국에도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대한민국을 중국은 어떻게 볼 것인가?

 

그럴 듯하고 멋있어 보인다고 아무 개념이나 막 가져다 붙이는 것은 극히 자제해야 할 일이다. 노무현 정부 때 정부가 균형자라는 용어를 사용하자 미국은 한국에 동맹을 끊으려 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누구와도 동맹을 맺지 않은 나라만이 진정한 균형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비위를 상하게 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자로서 솔직히 말하겠다. 대한민국이 어쩌다 목숨을 놓고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따지는 나라가 되었는지.

 

군사무기 체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중국이 반대하는 근거가 온당치 않음을 지적하겠다. 우선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제조에 도움을 준 나라다. 중국이 진정으로 북한 핵을 막고자 하면 막을 수 있는 나라다.

 

중국은 6·25 전쟁 당시 300만 대군을 파견, 한국의 통일을 가로막고, 북한 정권의 생존을 도와준 나라다.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북한은 지정학(地政學)적으로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나. 중국은 지금 청나라가 조선을 대하듯 한국을 대하겠다는 것인가? 이제라도 분명히 할 것은 분명히 해두자.

 

대한민국은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을 것이며,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의 축은 한미동맹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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