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도 못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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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2016.03.2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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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도 못되는

'내 배후인 철가방은 안팎이 똑같은 은색이야
나는 삼류도 못 되는 정치판 같은 트릭은 쓰지 않아
겉과 속이 같은 단무지와 양파와 춘장을
철가방에 넣고 나는 달려
불에 오그라든 자국이 그대로 보이는
플라스틱 그릇에 담은 짜장면을
랩으로 밀봉하고 달려
검은 짜장이 덮고 있는 흰 면발이
불어 터지지 않을 시간 안에 달려
오토바이가 기울어도 짜장면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것
그것이 내 생의 중력이야'

어느 시인의 시, ‘영웅’의 일부입니다.
이 시를 읽으며, 요즘의 상황을 비춰봅니다.
자기 살기에 바쁘고, 온전히 하루가 지나가기를 바라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과연 트릭이 필요하겠습니까.
딴 동네 이야기 같은,
나와는 별개인 세상의 트릭과 권모술수가
하릴없어 보이는 현실입니다.
오늘도 무사하기를 빌며 달리는
겉과 속이 정반대이지 않은 보통의 일상.
그래도 당당하지 않나요.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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