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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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산기슭의 바람결을 타고서 오는가 봅니다.

산기슭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을 만나 들판의 곡식이 서둘어 익어가는가 봅니다.

 

여름 땡볕의 더위를 저 멀리에 밀치고서 가을 선선함이 찾아 왔습니다.

올 여름 유난히도 더웠습니다만,

청포도는 벌써 익었고,

제철의 검은 포도가 알차게 영글었습니다.

알알이 촘촘히 영근 포도가,

지난 여름 더위의 견딤을 알려주고 있는듯 합니다.

 

그렇게 영글었으니,

아직 많이 남은 시간의 한해가 마감되어도,

그리 많은 여한은 남지 않을 것입니다.

 

땅이 무한으로 제공한 자양분으로,

포도가 영글어 수확이 끝나면 흙은 또 매말라 갈 것입니다.

소출을 내었으니 할일을 다한 것입니다.

흙은 바람 한 점만 불어도 마른 먼지를 툭툭 튕겨낼 것입니다.

털어내었으니 또 다시 오는 계절을 준비하기가 수월할 것입니다.

 

채웠으니,

그것이 또는 엉성하게 채웠다 하더라도,

비워주는 것도 알게 되는 것인가 봅니다.

비워두기만 하면,

언젠가는 그곳에는 또 그무엇이라도 채워지는 것인가 봅니다.

 

행여 채워지는 것이 없다하더라도,

그렇게 휑하니 비워 두어도 나쁠 것은 없는 것입니다.

비워져 있는 동안에는 그동안의 노고를 다 털고서 가벼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하니

채워지면 채워지는 대로

비워지면 비워있는 대로,
더는 바랄 것도 없이 우직하게 하여야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 시간이 되시길 빕니다.

 

정극원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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