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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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을 말다가 딸아이 전화를 받는다 우리 반이 이어달리기 우승이래,
이건 기적이야! 볶은 당근은 팬 밖으로 나가고 기름을 태워 계란 지단이
까맣고, 사는 일이 대부분 실패인데 이어달리기 우승이 기적이 아니면
뭐가 기적인가 검은 바통 같은 김밥도 줄줄이 이어지지 못하고 옆구리
터져만 가는데·‧· 내가 응원하느라 목이 다 쉬었다니까, 깜빡한 핸드폰
집에 두고 딸아이는 콜렉트 콜 콜렉트 콜 한 방향이 뜨겁다 점심에 김밥
한 줄 이어받고 바통을 받고 아이들 숨은 가빴을 테고 아무것도 아닌 게
참 찬란하지 김밥을 누를수록 속은 꽉 차고 윤이 나고 결승선을 끊은
아이는 바통을 쥐고 털썩, 종아리를 꾹꾹 주무르고, 딸아이가 전한 찬란한
바통 하나, 나도 낮 시간을 야무지게 베어 먹고

- 임지나, 시 '이어달리기'


아무것도 아닌 게 참 찬란할 때가 있지요.
그러나 그 사소한 것이 기쁨을 이어줍니다.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서, 작은 것으로부터 오는 기쁨이라서
잔잔하게 행복은 이어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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