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들이 벗어난 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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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들이 벗어난 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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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마조마 돌아간 모퉁이가 햇살을 찰랑거리며 돌아온다

설익은 길 하나 문득 끊기고, 몇 계절을 돌아온 안부는 굽이 높았다 잦은 기침이 켜놓은 잔소리
속 다리 긴 원피스와 주근깨 벗은 도시는 어린 마음이 닿고 싶은 주소지였다

중심이라고 믿은
웅크린 등을 벗어나고 싶은
비탈들
서성거리는 봄은 봄인 줄도 모른 채 편도를 돌아간다

예전이라고 말하면 예전에 떠난 것이 되지
꿈은 꿈에 곧잘 기만을 당해
기어이 모퉁이들이 돌아오고,

망설임 위에 얹는 처박힌 노선들
꺼냈다 집어넣기를 반복하는 여벌도 행선지가 같아
박제된 공기를 열고 나온 뻐꾸기 소리가 만료된 여행을 반복해 운다

함부로 곡해하거나 변형하지 않는 광장이 돌아간
모서리는 또 다른 구석이다

어둠이 방사형 거미줄에 걸려 파닥거리는
가을은 비밀번호가 없어
맞물리지 않는 바람 사이,
몇 번의 추위와 더위가 블라인드처럼 열리고 닫힌다

- 최연수, 시 '구석들이 벗어난 구석'


중심이라고 믿었던 넓은 등이 어느 날 구석이 되어 있음을 깨달을 때가 있습니다.
구석을 벗어나 멀리 도심에 닿고 싶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세월은 흐르고 구석은 늘어나고, 나 또한 구석이 되어 갑니다.
안도하는 구석, 고민하는 구석.
지구 어느 구석에서 또 애환이 깊어가는 걸 우리는 알 듯 모를 듯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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