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라는 이름의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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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라는 이름의 기계




언 땅이 녹고

전잎 제치고 올라오는 황새냉이 어린싹

뿌리 식물은 주변을 넓게 돌려 판다

중심 뿌리도 없이

물길을 감지하며 뻗어 나간 뿌리줄기들

땅속에 넓은 지도를 그려 놓았다

분열증적 에너지로 모든 경계와 구분을 전복시키며

無 혹은 多 방향으로

새로운 세계를 이룩하고 있다

머물러 있지 않는 유목민처럼

고원을 넘고 넘고 있다

숨 쉬고 먹고 노래하고 쓰고 달리고

종착역도 시발점도 없는 선들을 그리고 있다


- 김혜천, 시 '욕망이라는 이름의 기계'


자연은 어찌 때를 알고 피고 질까요.
제 영역을 늘려가는 본능은 욕망을 넘은 질긴 생존력.
사람은 그 욕망의 테두리에서 제 품을 넓히다 사위지만,
맺고 질 때를 아는 자연은 고원을 넘고 넘는 유목민.
'욕망이라는 이름의 기계'라는 시인의 역설은 아마도
종착역도 시발점도 없는 생명력을 말함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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