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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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 쑥




꽃들이 지고 나니까
꽃밭에 떨어진 꽃잎들이
자꾸만 눈에 들어와요

몸이 차면 안 된다고
봄이면 엄마는 애간장을 챙겨 쑥 캐러 가셨다

열두 달 내 몸을 덥힌 파릇파릇한 것은
날마다 새록새록 올라오는
여느 애첩의 밥상보다 뜨거운 것이 되었다

잘 사는 걸 모르면 허해진다고
골똘한 식은 밥 대신 쑥을 닦고 말리던
엄마의 햇살과 바람은
앵 토라진 그늘을 쑥, 쑥 먹고

쑥떡 쑥떡 씹는 소리
나를 더 타오르게 했다

잘 죽는 줄 모르면 세상사 끌탕도 천양지차, 라고
쑥대밭을 헤치고

쑥떡 쑥떡 삼키는 목젖
쓴맛 든 후 더 단 침이 고인다

마음이 차가우면 안 된다고

참새방앗간 바퀴 조이듯 꽃샘바람 가르며
엄마는 과수원 언저리에 햇쑥 캐러 오신다


- 오현정, 시 '쑥, 쑥'


어느새 쑥, 쑥 봄이 돋고 있네요.
바람이 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달, 3월.
행복한 봄맞이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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