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계단을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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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계단을 좋아해



버려진 일요일이 담에 기대 훌쩍거렸다
충혈된 바람이 허공을 반복해 굴렀다

어금니가 욱신거렸다
삐걱거리는 비밀은 발각과 같아 지문 없는 소리만 매만지고,
누군가 반복한 호명엔 으르렁거리는 이빨이 들어있었다

숨어있는 기분이 궁금해,
뒤축 없는 계단이 올라왔다
자주 턱을 괸 위층은 지구본이 한쪽으로 기운 원인이 같다고 생각했다

창밖은 부끄러운 아랫도리를 보여주지 않았다
정수리 벗겨진 저녁이 홀로 쓸쓸히 걸어갔다
통성명을 잊은 밤이 뒤를 밟았다

이내 기분이 이울어 허전한 목을 긁는 화병
가시 돋친 이름은 한 번도 꽂히지 않았다
재채기를 막은 난간만 수시로 오르내렸다


- 최연수, 시 '봄은 계단을 좋아해'


첫사랑의 아픔은 치통으로 왔습니다.
계단으로 궁금한 부모님 발자국이 살금 올라오고,
고민은 창밖 아래를 자주 내려다봤습니다.
내가 손으로 고민을 괸 것처럼, 지구본은 내 모습을 닮았습니다.
이제 같은 고민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그때가 봄이었구나 생각하는 겨울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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