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제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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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제출하다



두 세트 가로수 멀리 소실점을 당겨오듯 그때를 불러온다
벗어놓은 걸음만큼, 펼쳐놓은 오전만큼 가까이

그날을 밑그린
뭉툭해진 봉우리 끝을 잡아당기면 네가 한방향으로 풀려나온다

덧칠한 기분이 한쪽으로 쏠리고
여백을 메우지 못한 초조와
남아도는 여유 사이,
내가 만든 그림자 속에서 눈 코 입이 생기는 너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을 구겨 신은 바람이 돗자리 밖으로 뛰쳐나간다

맥박 뛰는 너를 제출하고
동그라미 친 약속처럼 모여 앉으면
흘러내리는 허공이 미간 찡그린 나를 심사한다

매번 다른 제목을 붙여 제출해도 호명되지 않는 너는
반납된 적 없는 봄
소문 부풀린 저녁은 추측이 아니라 확신이었나

집으로 가는 길,
반만 열거나 닫은 창문은
너를 활짝 열지 못하거나 열지도 못한 도화지
틈을 비집은 노을이 붉은색을 채색한다

장미는 아픈 쪽으로만 가시가 돋는다


- 최연수, 시 '너를 제출하다'


열심히 그려서 제출해놓고 심사를 기다려본 적 있는 사생대회를 기억하시는지요.
이름이 불리면 기분이 날아갈 듯 좋지만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한 채 되돌아온 기억들.
호명되거나, 그냥 지나가거나, 누군가의 심사를 받는다는 것은
필요하기도 하고 스트레스가 되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즐기고 만족하면 그뿐,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는 일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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