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등치기 국수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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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등치기 국수를 먹는다




아우라지 강물과 하늘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지나간다

등뼈를 세운 채 종종거리며 걷던 길을
잠시 잊기로 한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지나간 풍경 속에 우리가 있었으니
사랑이여 마음이여
힘든 고개를 굽이굽이 돌아
여기까지 왔구나

정선 아라리 장터에서 콧등치기 국수 한 그릇에
자꾸만 쓸쓸해지는 마음을 헤집어본다
찡하게 콧등을 치는 것이 국수가락인지
멀리 가버린 당신의 마음인지

* 정선 아리랑 부분.


- 곽경효, 시 '콧등치기 국수를 먹는다'


음식을 먹다가도 울컥해지는 마음이 있습니다.
장소에 따라서, 음식에 깃든 사연에 따라서,
혹은 그때의 내 감정에 따라서.
먹는 일은, 그저 먹는 게 아니라
기분과 맛과 상황을 맛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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