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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 2017.12.2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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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지 않으려
물이 저항을 합니다.
추위가 당도하여,
그 쯤은 아랑곳 하지 않고서 강을 다 얼게 하였습니다.
눈으로 보면 압니다.
그 두께를 알지 못하더라도,
그 색깔 강도를 보고서 견고함을 압니다.
어릴 적 얼음지치기의 지혜입니다.
차가움은
추억을 만들어 줍니다.
인생에 있어서
춥고 배고픔이 또한 그렇습니다.
얼마나 배가 고팠던가.
학고에서 귀가하여,
그 귀한 재봉틀 앞에 놓여 있던 노란 수건,
그 때에는 노란 수건밖에 없었습니다.
그 수건이 시루떡으로 보였습니다.
참을 수 없는 배고픔,
덜컹 집어 들었는데,
그것은 떡이 아니고 수건이었습니다.
그 허망함이란,
그 얼마나 추웠던가.
한 겨울에도
고무신을 신고 걸었습니다.
땅바닥의 차가움까지 여과없이 전하는 신발,
얼음에 대면 붙어버리는,
고무신발은 발보다 얼음과 더 친한 것이었습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습니다.
값이 더 비싼 흰색 고무신이었으니,
숱하게 검은 고무신을 신고 다녔으니,
흰 고무신은 뽐 낼 수 있었습니다.
편하고 오래 신기에는 검은 신발이 훨 더 효용성이 있었는데,
책보자기였습니다.
뜀박질을 하기에는 그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등에 꽉 졸라 매고서,
고학년이 되면,
그 책보자기로 제법 각을 만들고,
도시락까지 넣어 다녔습니다.
반찬이라곤 달랑 김치뿐이었습니다.
보자기를 풀어 보면 김치국물이 책에 다 묻었습니다.
닥아낼 휴지도 종이도 없었습니다.
옷소매로 국물을 훔쳤습니다.
책가방을 들고 온 아이가 있었습니다.
부모의 사랑이 더 컸던가 보다.
하루만 학교에 들고 오고서,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들고 오지 않았습니다.
전부가 책보자기를 들고 다니는데,
책가방은 부러움이 아니라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가방을 들고 다니는 아이는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그 하루의 책가방이 전교생 중 유일한 가방이었습니다.
가난은 힘듬도 아니었습니다.
다 함께 그러하였으니,
내일의 나아짐을 생각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오늘 함께할 또레가 있다는게 그저 즐거웠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가난인지도 몰랐던 것입니다.
그러하니
세상의 것은 부유함보다는 함께일 때에 더 행복한 것입니다.
정극원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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