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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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하여,

시련을 이기는 겨울숲입니다.

바람이 때리면,

아무런 항변도 없이

조금의 저항도 없이

그렇게 서있는 것인가 봅니다.

 

숙이고서

땅에 붙어 있는듯 낮추고서,

풀이 땅속의 뿌리에만 의지한 채,

기댈 곳을 잃고서 겨울을 납니다.

 

떠나 보낸,

가지를 떠난 꽃잎입니다.

떠나는 그 처음에는 머뭇거리면서,

풀의 언저리를 맴돌더니만,

시간이 지나 꽃잎은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길떠남이 그런가 봅니다.

떠났으니 뿌리를 내리고 싹을 튀우는 것입니다.

 

사랍에서

자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성이던,

안보이자 끝내 눈물을 글썽이던,

자식을 배웅하는 부모가 그랬습니다.

 

신발을 숨겨 두면,

떠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손님이 오기만 하면 마루 밑으로 신발을 숨기던,

그런 시절의 정이 다 어디로 간 것인지,

 

그래도

시골의 집이 배산임수에 자리잡아,

길떠나는 자식의 뒷모습을 오래 볼 수가 있어,

배웅의 섭섭함이 조금은 사그라 드는 것입니다.

 

부모와 자식간

부모로부터 태어나,

부모를 떠나

부모와 작별하는 것이 생인가 봅니다.

부모곁에 오래 남는 자식이 효도인데,

떠나면서 이루어 효도하리라 다짐하는 것입니다.

 

사위어 가듯,

촛불이 마지막 남은 농에 의지하여 흔들리며 불을 밝히듯,

그 기력 넘쳐 나던 부모님을 세월은 그렇게 만들어 버리고,

휘이 이러저리 흔들리다가,

촛불이 꺼지듯,

 

세상에

꺼지지 않고 영원히 타는 불이 어디 있을까.

꺼지고 말지만,

세상을 따뜻하게 데폈으니,

그 만으로도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다짐을 하던,

자식이라면 그 누구라도

부모님 앞에 다짐을 하는 것입니다.

조금만 더 살아 계시면,

이루어서 보여 드릴 것이라고,

그 모습에 눈물이 나지 않은 사람은 없는 것입니다.

 

차가워진 오늘,

부모와의 오래된 작별을 떠올리며,

눈씨울을 붉혀 보아도 좋겠습니다.

그러면 추위는 그 기세가 죽을 것입니다.

세상에는 그 무엇도

부모와 자식간의 따스함을 얼게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정극원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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