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하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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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0   2016.04.27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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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입니다.

아침 찬 바람 불더니,

낮에는 무더위입니다.

그렇게 변덕을 부려야만 직성이 풀리는가 봅니다.

산자락에 내리는 햇살은

그곳이 이미 차가운 곳이니 변덕도 없을 터입니다.

나무들은 그런 곳에서 더욱 잘 자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좋은 땅은 다 내어 주고서 그런 곳을 차지하는가 봅니다.

땅이 이미 거칠다면,

더는 까탉을 부릴 까닭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무엇을 심어도 더딘 것입니다.

그조차도 갈구고 일구면 비옥한 땅으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거친 옥수수가 자라고,

그 다음에는 밭작물이 자라고,

그렇게 땅이 차츰 길들여 지면 벼도 자라는 것입니다.

점차로 수확이 늘어나서 나중에는 온전한 땅이 되는 것입니다.

꽃핌이 무성하여 졌습니다.

어쩌나,

이렇게 한꺼번에 다 피고 나면,

들판이

산하가 그 채색을 다 내려놓고서 순식간에 휑하여 질 것입니다.

그레도 좋은 것은,

피어나면서 다투지 않음입니다.

저 마다 차지한 공간에서 자신의 역량 껏 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역을 침범하지도 않습니다.

기웃거리며 다른 꽃이 피는 것을 방해하지도 않습니다.

꽃핌이 아름다운 것은 그런 마음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인간이 배울 점입니다.

누군가가 좀 잘 나가면,

그것을 두고 보지 못하고서 시샘을 하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제 힘으로 성과를 내면,

그것을 지켜 보면서 박수를 치는 것이 아니라 질투를 하는 것입니다.

거칠은 땅도 인간의 손길이 닿아

비옥한 땅으로 거듭 나는데,

문명이 발달하는 속도가 빠르건만,

인간의 심성은 더욱 매말라 가는 것인가 봅니다.

혼자의 이기심이 여럿의 대의를 이기려하기 때문에 세상은 더욱 그러하여 지고 있습니다.

아랑 곳하지 않습니다.

개의치 않습니다.

마음에 순함이 머물러 있다면,

가슴에 뜨거움이 남아 있다면,

그것들이 있어 세상은 또 따스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스하였으니,

매마른 곳에서도 싹이 돋아 나는 것입니다.

포근하였으니,

알에서 갓 깨어난 햇 병아라도 자라날 수 있는 것입니다.

정극원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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