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의 폐지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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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6   2016.03.1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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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칼럼]

 

분양가상한제의 폐지 촉구

 

지난 4월 매일경제신문에 분양가상한제의 폐지가 타당하다는 논지의 칼럼을 기고한 바 있다. 지난 3.22. 정부와 여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투기지역을 제외하고는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겠다는 발표를 하였으나, 국회에서 계속 표류 중에 있던 폐지법안은 야당의 반대로 결국 법안통과는 좌절되고 말았다. 사실 분양가상한제가 민간택지에까지 확대 시행된 것은 2007년 9월이었고, 업계에서는 분양가상한제가 민간부문의 주택공급의 감소를 초래하여 주택가격의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실제로 상한제 도입 이후 2007년말 40만호에 이르던 민간부문의 주택공급이 2008년에는 23만호, 2009년에는 21만호, 2010년에는 24만호로 줄어 들었다. 주택공급의 급감은 결과적으로 국민주거안정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임이 자명하다고 할 것이다.

 

결국 기업은 정해진 건축비 이내에서 이윤을 얻을 수 밖에 없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입장에서는 저급 자재를 사용하거나 설계 및 디자인을 획일화하는 등 생산비 절감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된다.소비자가 원하는 고품질의 주택건설을 위한 기술·연구개발, 차별화된 브랜드가치 창조 노력에 소홀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분양가상한제의 기본형건축비는 애초부터 공공부문의 조달단가 및 설계기준을 토대로 가격을 설정한 것이어서 민간에서 활용하는 고품질 자재와 설계의 채택이 곤란하도록 되어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의 상한을 정해놓은 건축비로 주택가격을 산정하는 제도이다. 즉, 분양가격은 택지비와 건축비로 구성되며, 구체적인 명세, 산정방식, 감정평가기관 선정방법 등은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며, 택지비는 원칙적으로 ① 공공택지에서 주택을 공급하는 경우에는 해당 택지의 공급가격에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택지와 관련된 비용을 가산한 금액, ② 공공택지 외의 택지에서 주택을 공급하는 경우에는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감정평가한 가액에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택지와 관련된 비용을 가산한 금액으로 한다(주택법 제38조의2 제2항 참조). 분양가격 구성항목 중 건축비는 국토해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건축비(이하 "기본형건축비"라 한다)에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더한 금액으로 한다. 이 경우 기본형건축비는 시장·군수·구청장이 해당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따로 정하여 고시할 수 있다(주택법 제38조의2 제3항).

 

현행 헌법상의 경제질서는 재화의 가격은 시장에서 수용자와 공급자의 협상으로 결정되는 가격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분양가상한제는 근본적으로 재화의 가격을 비용을 기준으로 결정하는 것이므로 시장경제의 가격 결정 틀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더욱이 분양가 결정은 헌법상 보장된 기업의 자유, 영업활동의 자유, 직업의 자유, 재산권의 내용으로서의 본질에 속하기 때문에 기업의 분양가 결정권은 영업상 자유권의 본질적인 내용에 해당한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과잉금지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기업의 분양가 결정권이 자유권의 본질적 내용이고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이라면 분양가상한제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반하는 위헌적 제도가 된다. 헌법재판소는 “국가가 국가작용을 함에 있어서 선택하는 수단은 목적달성에 필요하고 효과적이며 상대방에게 최소한의 피해를 줄 때에 한하여 그 국가작용은 정당성을 가지고 된다”(헌재 1989.12.12. 88헌가13)고 판시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국가작용의 위헌성을 인정하였다. 이 점에서 분양가상한제는 폐지되어야 하지만, 야당은 정치적으로 접근하여 그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해당 규정의 위헌 여부를 판단받아 볼 수 있지만, 문제는 사후적 구제 가능성이 아니라 위헌성을 지닌 분양가상한제와 같은 제도가 쉽게 제도화되었다는 점에 있다. 시장경제의 영역에 대한 과도한 국가의 관여가 공익을 빌미로 정당화되어 왔다는 점이다. 여기서 공익과 사익간의 헌법합치적 형량의 문제가 제기되는데, 이에 관하여 입법기관과 정부가 소홀히 하고 있다.

자유주의적 시장경제라는 헌법질서의 내에서 기업활동이나 개인의 경제영역에 대한 국가의 규제적 관여는 일정한 한계가 있어야 하는데, 그 한계 설정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매우 소홀하다는 의문이 든다.

 

이와 같은 입장에서 분양가상한제를 규정하고 있는 주택법을 살펴 보기로 한다.주택법은 주거생활에 필요한 주택의 건설·공급은 국민의 주거안정과 주거수준의 향상에 이바지 함으로 목적으로 규정(제1조)하면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주택정책을 수립 시행할 때에는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주거생활을 할 수 있고, 주택시장의 원활한 기능 발휘와 주택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꾀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주택법 제3조).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수요에 따라 필요한 주택을 적기에 공급하는 일이며, 여기에는 시장경제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분양가상한제가 원활한 주택공급에 차질을 빗는 요인의 하나로 작용한다면, 이는 주택법의 목적에도 반하는 모순적 제도일수 있다. 게다가 상한제가 민간주택업자의 주택건설을 위측시키게 되는 경우 그 제도가 주택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꾀하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주택의 건설 공급에는 엄격하게 자유시장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국민의 주거안정과 주거수준의 향상이라는 공익(公益)을 빌미로 반시장적 규제를 지금까지 정당화시켜 왔다. 민간부문인 주택시장에 대한 국가의 규제적 개입은 처음부터 무주택서민의 주거안정과 주거의 향상을 도모하는 것에 한정되어야 한다. 통합되기 전의 대한주택공사가 임대주택 등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주택공급이라는 공적 기능을 소홀히 하고, 민간부문과 경쟁하는 분양주택시장에 개입한 것도 국가의 잘못된 주택정책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게다가 반값 아파트의 공급이라는 정치적 포풀리즘에 따라 제도화된 보금자리주택제도는 시장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위헌요소를 지닌 것이나, 정치논리에 밀려 별다른 저항 없이 시행되고 있다. 정치논리에 밀린 법에 의한 법치가 제대로 된 법치일수는 없다. 정치의 도구로 법과 법치가 전락한다면, 법의 권위는 무너지고, 법의 권위를 앞세운 통치질서의 근간이 무너지는 위험이 생길 수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법률문제에 대한 접근에 있어 과도한 정치논리나 전략이 개입해서는 아니된다. 특히 지난 정권의 대선공약인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혁신도시 건설 그리고 최근에는 신공항건설 입지 선정이나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입지선정 등과 관련하여 이해관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면서 생긴 갈등 등은 모두 법치의 시각에서 보면 법논리보다 정치논리가 앞섰기 때문에 생긴 문제이다. 정당이나 공직선거 후보자의 득표전략의 방안으로 개발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이제 없어야 한다. 2012년도 제19대 총선과 제18대 대선에서 나중에는 국론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선거공약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아 걱정이 된다. 그래서 선거공약의 구체적 범위를 정하고, 허용공약과 허용되지 아니하는 공약의 유형을 정하는 특별법을 미리 제정해 두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1년 5월

 

단국대학교 법과대학 명예교수, (사)한국토지공법학회 회장 석 종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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