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자가 본 바른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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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7   2016.03.1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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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자가 본 바른 정치

 

 

 

☐ 일시 : 2002.10.18(금요일), 17:30분

 

☐ 장 소 : 소공동 롯데호텔 36층 피코크룸

 

 

 

 

 

 

 

 

석 종 현

단국대학교 행정법무대학원 원장

 

 

존경하는 동아시아포럼 공선섭 공동대표님, 이사님들, 유세광 사무총장님 , 회원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를 함께 하신 내빈 여러분!

오늘 동아시아포럼의 발족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아울러 이를 기념하는 자리에 강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 동양이 주도하는 세기에 있어 그 중심에 서는 대한민국

 

동아시아 포럼은 지난 한일월드컵에서 보인 국민의 탁월한 역량과 일등 국민적 자질을 바탕으로 한국인 스스로는 물론 동아시아의 이웃 나라, 세계인들이 함께 자유롭고 평화로운 지구촌을 만드는데 일조하고자 함에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모인 시민단체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양문명 중심의 지난 세기는 저물어 가고 이제 동양이 주도하는 세기가 시작되고 있는데, 동아시아 포럼은 동양이 주도하는 세기에 있어 그 중심축에 동아시아가 있고, 그 중심에 우리나라가 서야 한다는 데에 뜻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포럼의 취지문을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세계속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자자손손이 번영하는 자랑스러운 조국, 이웃 나라 이웃 민족들과 함께 평화롭게 사는 아름다운 나라, 삶이 행복한 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모두 함께 만들어 가야 하며, 특히 국제적 관계 속에서 우리 나라의 정치․경제․문화․윤리/도덕․생활개혁을 소리 나지 않게 추진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회원들중에는 고위공직자 출신, 군장성 출신, 사업가, 교수 등 다양한 계층의 지식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동아시아 포럼의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아 이미 지방에 지회가 구성되고 많은 지회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아시아가 주도하는 21세기에 있어 그 중심축에 우리 대한민국이 서야 한다는 명제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아시아포럼과 같은 시민단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것은 우리나라의 희망이자 비전이라 할 것입니다. 비전을 가진 국민이 많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강한 국민이 많은 나라는 희망이 있는 나라가 되기 때문입니다.

 

☐ 준비된 대통령의 3류정치

 

제 자신 대학에서 법학을 강의하는 교수이자 법학도입니다. 그래서 법이 곧 국민의 생활현실이자 정치현실인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좋은 정치는 좋은 생활을 만들고 나아가 좋은 법질서를 실현하게 되는데, 법과 생활 및 정치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괴리가 장벽처럼 존재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정치불신 내지 정치혐오는 극에 달해 있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정치인들의 발언들을 믿는 국민들은 많지 않은게 현실입니다.그래서 이 나라의 정치는 3류정치라는 오명을 벗어 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3류정치라고 혐오하는 정치가 우리의 현실과 미래를 좌우한다는 사실입니다. 정치불신 내지 정치혐오의 결과로 인해 꿈을 잃을 위기를 인식한 많은 사람들은 한국사회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준비된 대통령’DJ의 국민의 정부에 있어 부정부패가 그 어느 때보다 만연하였음은 물론 무원칙과 독선이 횡행하였고, 개인 및 조직의 창의와 자율은 왜곡된 평등주의와 집단논리에 함몰되고 만 것을 보면서 우리들은 도대체 무엇을 준비한 것인지를 알 수가 없어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권연장 내지 재집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아니하고 자행하는 각종의 정치행태를 보면서 민주정치가 권력에 의해 자의적으로 짓밟힐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데,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라 할 것입니다.

 

더욱이 일제의 침탈과 전쟁의 참화를 헤치며 온 국민이 힘겹게 일구어 온 우리 사회가 이념적 혼란, 철학의 빈곤, 원칙을 결핍한 정치 때문에 밑동으로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참으로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 말로만 하는 바른 정치의 虛像

저는 정치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생각을 가지고, 현실정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본적이 있었습니다. 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는 당위론적인 명제는 변함이 없지만, 작금의 정치가 바로선 정치라고는 아무도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는 점에 문제가 있습니다.

 

바른 정치는 국민을 위한 정치, 국민의 편에 선 정치,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 그리고 헌법이념과 헌법의 원리들을 실천하고 법의 지배의 원리를 존중하는 정치라고 할 것입니다. 법학도로서는 합헌적 법의 지배의 원리의 실현이 바른 정치의 전제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우리 헌법이 대통령의 취임선서와 관련하여 헌법준수의무를 규정한 것도 사람에 의한 지배가 아니라 법에 의한 지배의 원리가 바른 정치의 기본인 것을 나타낸 것이라 할 것입니다. 국가권력이 헌법을 존중하고 합헌적 국법질서내에서 행사된다면 바른 정치는 이루어 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의 정치현실을 보면, 정부는 국무총리 서리제 위헌이라는 공법학자들의 주장을 무시하고 행정관행을 내세워 서리제를 고집하였습니다. 이는 합헌적 법치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충격적인 사건이며, 법에 의한 지배의 원리를 무색하게 한 것이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정치현실이 헌법과 법의 권위를 존중하지 아니한다면, 헌법과 법은 그 권위를 잃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법에 의한 지배의 원리를 그 정당성의 논거로 하는 국가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인하는 모순적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또한 우리의 정치가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 것도 원칙에 충실한 입법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만들어 내는 입법들은 국익실현과 국민기본권보장을 실현주는 것을 내용으로 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입법권 행사는 정당의 이해나 정치적 이해에 좌우되는 것이 보통이고, 그래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그것은 구호에 그치고 마는 것이 현실이고 정치인 것입니다.

 

☐ 헌법상의 정당정치의 원리에 반하는 MJ후보론 및 신당창당

 

더욱이 최근에는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의 성격을 띠는 신당 창당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등 정치현실이 혼란스럽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무소속의 MJ의 경우는 정당적 기반도 마련하기전에 여론상 유력한 대통령후보로 부각되다가 드디어 창당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헌법상의 정당정치를 구현하는 일인가? 우리 헌법은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헌법 제8조 제2항). 이에 따라 정당법은 ‘정당을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헌법과 정당법은 대통령을 만들어 주기 위한 한갓 과정적 수단으로써의 정당정치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무소속의 의원이면서 그가 만들 정당의 이념과 정책이나 노선이 불명한 상태에서도 그가 대선후보로 부각되는 우리의 정치현실은 한마디로 헌법이 경시되는 정치풍토의 단면이라 할 것입니다.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더욱이 여론기관과 언론들이 앞장서 무소속의 MJ를 대선후보의 반열에 두고 지지율을 발표하여 출마를 부추기는 행태는 민주정치의 축인 정당정치를 유명무실하게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한데, 더더욱 문제는 이런 점을 지적하거나 비판하는 여론이 전혀 없다는 사실입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과 언론을 찾아 보기가 어렵습니다. 이는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일입니다.

 

대권을 잡기 위해 급조된 정당, 급조된 정당의 대통령후보를 용인하는 우리의 사회현상은 국민이 주권자로서의 지위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합니다. 정당정치에 반하는 변칙정치를 용납하지 아니하는 국민의 선진정치의식이 필요한 때입니다. 변칙정치를 용인하면서도 정치혐오나 정치불신을 말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 할 것입니다.

 

MJ를 중심으로 급조된 정치세력들이, 급조된 정당을 통해 도대체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에 대하여 우리 국민들은 냉철하게 비판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MJ가 주도하는 ‘국민통합21’은 10월 16일 발기인대회를 갖고 낡은 정치에 대한 엄중한 도전을 선언했다. 정치개혁으로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발기인 명단에는 전직 의원과 민주당에서 탈당한 원외위원장과 일부 전직 관료 및 문화체육계 인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과연 이들이 새로운 정치와 국민통합의 주도세력이 될 수 있을런지에 대해서는 언론도 이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던 DJ의 국민의 정부 역시 실패한 정권이 되고 말았는데, 급조된 MJ가 대통령후보로서 일정한 여론의 지지를 받는 현실을 보면 묘한 나라, 묘한 국민, 묘한 정치라는 냉소적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 정치경륜과 정치조직을 가진 정치지도자와 정치세력에 의한 바른 정치

 

바른 정치는 정치경륜과 정치조직을 가진 정치지도자와 정치세력이 하는 것임은 상식에 속하는 일입니다. 급조된 정치세력은 오로지 권력을 향한 이합집산에 불과하기 때문에 민주정치의 요체인 정당정치의 원리에 반하는 것임은 물론 우리의 헌법을 존중하지 아니한다는 것을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바른 정치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서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반듯한 나라, 활기찬 경제, 편안한 사회를 이루어 내는 정치일 것입니다.

 

• 반듯한 나라는 법과 원칙이 지배하는 정치문화의 정착과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치문화의 정착을 그 전제로 한다고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부정부패와 각종의 사회부조리가 근절되어야 할 것이며, 빈부격차가 없는 선진복지사회가 건설되어야 할 것입니다.특히 법과 원칙이 지배하는 정치를 위해서는 먼저 헌법과 법을 존중하는 인식에 그 근본에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법은 위정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위정자들이나 공무원들의 규제만능주의는 ‘지킬수 없는 법’을 양산하게 될 뿐입니다. 우리 나라에는 아직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선량한 국민’들이 대부분입니다. IMF를 맞이하여 범국민적 금뫃으기 운동이 그 예이며, 지난 집중호우로 생긴 수재민들을 돕기 위한 자발적인 범국민적 성금모금이 또한 그 예입니다.

 

사실 이 나라에는 반듯한 국민들이 너무나 많음에도 불구하고, 반듯한 정치와 반듯한 권력을 찾아 보기가 어려워 결국은 반듯한 나라의 건설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입니다. 정치와 정치권의 진지한 반성과 통찰이 필요한 때입니다.

 

윤리규범이나 도덕규범 및 종교규범만으로도 사회의 기본질서가 유지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대의 정부들은 수많은 법률들을 제정해서 수많은 국민의 일상생활에 대하여 규정하였습니다. 하나의 새로운 법률의 제정은 내용적으로 보면 국민들에게는 부담과 제한을, 행정기관에 대해서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국민의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조직이 오히려 확대되고 만 것을 보면 권력과 권한을 탐하는 統治權의 屬性을 보는 것같아 안따까울 뿐입니다.

 

정부가 큰 정부이던 작은 정부이던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반듯한 나라의 건설을 위해서 제대로 일을 하느냐에 있습니다. 큰 정부가 작은 정부에 비해서 생산성이 훨씬 크다면, 구태여 작은 정부를 고집하여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정부가 실업률을 1.0% 이내로 줄일 수 있고, 안정적 선진복지사회를 제대로 담보해 주는 등 효율성과 생산성을 보장해 준다면, 정부의 규모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입니다.

 

작은 정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보다 큰 것을 국민에게 제대로 보장해 줄 수 있고, 선진경제대국을 이루어 낼 수 있다면 정부의 규모가 문제되는 아니라 할 것입니다.

 

• 활기찬 경제를 위해서는 먼저 정치가 자유시장경제의 원리를 존중하여야 하며, 정부 주도의 관치경제를 포기하여야 합니다. 정권에 따라 대기업의 생사과 좌우되는 정치현실을 극복하여야 하며, 쾌씸죄의 적용 때문에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켜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정경유착, 관치금융의 폐단을 극복하지 아니하고서는 활기찬 경제를 이루어 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명제는 오늘날과 같은 국제경쟁력 시대에 있어 당위론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치와 정부는 국가우월주의와 행정관료주의에 빠져 官尊民卑의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사회현상과 경제현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그와 같은 변화를 수용하는 경제적 체질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경제주체의 기업가정신과 창의력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국제경쟁시대에 있어 우리의 기업들은 창의적 도전을 통해 살아 남을 수 있고, 그 길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정치와 행정은 기업들을 앞에서 당겨주고 뒤에서는 밀어 주는 등 기업활동이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지원해 주어야 합니다. 기업가들의 발목을 잡는 각종의 규제 중심의 제도운영으로는 활기찬 경제를 이루어 낼 수 없슴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언젠가 YS는 돈을 가진 자는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공언한 적이 있는데, 자본주의국가에 있어 기업의 富가 고통이 된다면, 기업가는 돈을 벌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YS가 IMF사태를 초래한 것도 우연이 아니라 할 것입니다.

기업들이 왕성한 경제활동을 통해 부를 축적하면, 정부는 정당한 조세를 부과함으로써 국가의 재정을 튼튼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와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제도와 문화를 만들고 기업의 기업가 정신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후원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활기찬 경제의 시작은 어떻게 하는 것이 경제가 활기차게 될 것인지의 방법을 찾는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기업에 대한 정부의 신뢰회복, 기업에 대한 규제제도의 파격적인 철폐, 기업가 정신의 존중 등 民尊 내지 經濟尊重의 정치와 행정을 행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 편안한 사회의 건설은 우리의 국민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고 헌법상 행복추구권이 실현되는 사회적․문화적 여건을 형성함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수혜자 중심의 복지제도가 마련되고 노령층의 노후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모든 국민들이 희망과 비전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 정치공작이 가능한 정치풍토하에서는 바른 정치가 불가능합니다

 

대선이든 총선이든 지방선거이든 선거철만 되면, 후보들은 한결같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정치개혁이다 국민통합이다라는 케치프레이저를 내걸곤 합니다. 선거전의 내용을 보면 관권선거, 금권선거, 지역주의, 비방과 중상모략 등 네거티브 전략이 선거판세를 주도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번 대선정국의 전초전으로서 여야가 벌인 각종의 네거티브전략도 그 예외가 아닙니다. 네거티브전략의 백미는 아무래도 2달반이나 전국을 강타한 병풍사건이라 할 것입니다. 이회창 대통령후보의 아들 정연씨의 병역면제 의혹의 제기와 그 증거자료로 제시된 김대업테이프가 이제 인위적 편집의 가능성이 있다는 쪽으로 매듭지어지고, 병풍 조작극 가능성이 만천하에 밝혀 지고 말았습니다. 그러하다면 누군가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하며, 또한 여권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 있어 주역은 김대업, 조연은 검찰과 언론, 연출은 여권이라 할 것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후보와 당사자 정연씨 그리고 가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과 피해는 누가 회복시켜 주고 보상해 줄 수 있을 까요? 명예의 회복은 인식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회복이 불가능합니다.

이제 국민들은 병풍조작극의 진실을 알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병풍조작극의 연출자인 여권에 대하여 투표로 심판하여야 할 것입니다.

검찰 역시 피의사실을 단계적으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언론에 공표함으로써 병풍관련당사자와 이회창후보에게 정치적 타격을 입힌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적 사건과 관련해서는 피의사실을 언론에 공표하는 행위를 중지하여야 할 것입니다.

법원의 재판에 의해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에라도 피의사실이 공표되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경우에 피의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 인격적 침해, 명예손상 등은 회복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국민의 인권보장기관의 하나인 검찰이 관행적으로 피의사실 공표를 통해 인권침해기관으로 전락한지가 오래인데, 그래도 아무런 문제없이 검찰이 건재한 현실을 보면 대한민국이 정말로 법치국가인지에 의문이 듭니다.

 

☐ 국민들의 반성없이는 바른 정치의 실현은 불가능합니다.

 

선거철만 되면 국민들은 정치 개혁을 요란하게 요구하고, 정치가 혐오의 대상이 된 모든 책임을 정치권에 떠 넘겨 비난하고 있습니다. 돈선거는 분명 잘못된 우리의 선거문화임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민생정치는 외면한체 당리당략에 따른 정쟁만을 일삼는 다고 비난합니다.

일인지배 구조의 정당을 비난하고, 하향식 공천제도를 비난합니다.

물론 국민들의 비난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난하기전에 바른 정치문화의 정착을 위해 국민 각자는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자문하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유권자 누구나가 자기의 취향에 맞는 정당에 가입하고, 당비를 연 5만원정도만 낸다면(당원이 100만이면 500억원, 200만이면 1000억원이 됨) 정치자금 문제도 해결되고, 정치철새들도 방지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만원의 당비를 내고자 하는국민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은 원칙적으로 이 나라 정치와 정치인을 욕할 자격이 없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반성해야 합니다.

 

☐ 지킬 수 없는 법 내지 지켜지지 않는 법은 없에고 지킬 수 있는 법만을 제정해야 합니다.

 

선거만 끝나면 당선자와 낙선자간에 수많은 고소, 고발 등이 행해지고, 선관위는 선관위데로 선거법위반을 이유로 고발행렬에 적극 동참하고 있습니다. 선출직들은 일반적으로 입법적 활동을 하게 되거나 단체장의 경우라면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 되는데, 선거후 송사에 휘말리게 되는 경우 의원이나 단체장의 권위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고, 이에 따라 법의 권위와 법집행의 권위마저 동반추락하게 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선거법은 지킬 수 없는 법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원칙에 밀려 국회가 제정하고, 정당이나 국회의원들이 참여하여 만든 선거법 위반을 이유로 선거때마다 후보자들이 범법자가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선거후 선거비용과 관련하여 법정선거비용을 사용했는지 여부를 검증하고 있는데, 현실정치에서 법정선거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루지 못한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그러하다면 선거법에서는 선거비용의 한도를 강행적으로 규율해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선거후 법정선거비용을 사용한 것으로 적법한 신고절차를 마친 경우에 암묵적으로 위법한 행위를 한 부분이 적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입니다. 여하튼 현행의 선거법은 선거비용과 관련해서는 ‘지킬 수 없는 법’임이 분명합니다.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법은 법현실에 상응하게 규율할 때 그 규범력이 보장되는 것입니다.

 

저는 지난 여름에 독일을 방문하는 기회에 렌트카를 빌려 고속도로를 주행한 적이 없습니다. 유럽국가에서 유일하게 독일은 속도제한이 없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시속 230킬로로 주행하기도 하였습니다. 따라서 속도위반이라는 범칙행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운행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사고가능성이 큰 도로에는 제한된 구간에 속도제한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도로교통법은 경부고속도로 시속 100킬로, 중부고속도로 110킬로 등 도로별 속도제한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규정속도를 준수하는 운전자가 적은 것은 누구나 아는 일입니다. 그래서 속도위반을 방지하게 위해서 곳곳에 무인자동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있습니다. 규정속도를 준수하지 아니하는 것이 우리의 운전문화라면, 그에 관한 법도 문화에 맞게 정해야 합니다. 고속도로상 속도제한을 없에면 속도위반을 하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법이 우리의 운전문화에 맞게 규정하면, 그 법은 지킬 수 있는 법이 되는 것입니다.

 

 

 

 

 결어

동아시아포럼의 훌륭하신 회원님들 앞에서 긴 말씀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포럼의 무궁한 발전과 회원님들의 건승하심을 기원하며 두서없는 강연을 마치고자 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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