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와 건설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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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2016.03.1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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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治와 建設産業

 

석종현(단국대 법학과 교수)

(사)한국토지공법학회 회장

 

필자가 회장의 직을 맡고 있는 한국토지공법학회는 지난 6월 ‘국가계약법상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에 관한 법적 검토’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위 학회는 행정법학자와 헌법학자가 중심이 된 학술단체이면서도 그동안 행정기관의 제재처분이 지닐 수 있는 법적 문제점을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하였다. 더욱이 건설에 관한 각종의 규제법령들의 수범자인 건설업자와 건설실무와 관련하여 생길 수 있는 법적 문제점들 역시 우리 공법학의 연구영역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서 법치주의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깊이 있는 연구도 미흡하였다. 우리 공법학교수들은 강단에서 법치주의, 특히 실절적 법치주의의 실현을 강조하면서도 그와 같은 공법이론이 실무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소홀히 다루었다. 달리 말하면 産學에 있어 産과 學은 서로 괴리된체 産은 學의 의의와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 반대로 學은 法治를 잣대로 하여 産을 보호하는 공법이론의 정립과 연구에 소홀하였던 것이다. 이 점에 대하여 필자는 평소 반성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이 지닌 법적 문제점을 학술대회의 주제로 다룬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으며 實務(産)에 대한 學이 관심을 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학자들이 실무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경우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각종의 공법적 규제제도나 인허가제도, 행정관행들에 대하여 우리의 헌법과 헌법의 기본윈리는 물론 그것을 구체화하는 행정법이론를 잣대로 하여 법치주의가 제대로 실현되는 것인지의 여부를 실증적․법리적 관점에서 검토하고 연구하게 되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행정권의 자의적 행사를 방지하는 法理로 발전하며, 그와 같은 법리정립을 통해 基本權으로서의 企業의 영업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데 기여하게 된다. 따라서 오늘날과 같은 행정의존적 시대에 있어 공법학은 법리정립을 통해 기업의 활동을 보장해 주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공법학은 實務問題의 연구에 소홀하였고, 반대로 기업 역시 공법학의 의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産과 學간의 괴리현상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필자가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에 관심을 가지면서 국가계약법제가 國家優越主義 내지는 國家萬能主義에 빠져 제도화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는 건설산업법제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건설산업의 영위는 어디까지나 국가가 만든 제도내에서만 허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업의 등록제, 건설업자의 영업범위의 제한, 건설업양도의 제한, 감독기관의 영업정지처분권, 건설업의 등록말소권, 과징금 부과권, 벌칙 및 과태료 부과권 등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동법 제6조는 건설산업진흥기본계획과 그 연차별계획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 계획은 건교부장관이 수립권을 가지고 있다. 만약 건교부장관이 우리의 건설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제반 조치나 대책들을 계획에 담지 못하거나 건설산업의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면, 건설산업은 오히려 국제경쟁력을 상실하는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주지하듯이 오늘날과 같은 국제화시대에 있어 건설업자들은 국제경쟁력을 상실하면 살아 남지 못한다는 것을 정부나 관료들보다 훨씬더 체험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생존노하우를 스스로 개발하고 있는데, 그와 같은 생존노하우를 제대로 터득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정부가 국가우월주의에 빠져 민간건설산업을 일방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사고에 빠진 것으로 시대착오적인 행정관료주의의 발로라 할 수 있어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국민의 경제생활영역에의 국가적 개입의 정당성은 시장실패를 교정함에 있었으나, 그와 같은 시장실패를 교정하기 위한 국가적 개입은 이른바 정부실패를 야기하게 되었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1980년대 이후로는 정부부문의 실패를 교정하기 위하여 新自由主義思想을 기저로 한 시장메카니즘을 도입․확대하려는 노력이 광범위하게 진행되었고, 서구선진제국에 있어서 그 주요과제는 공기업의 민영화와 規制緩和로 나타난바 있다. 따라서 건설산업의 경우에도 규제완화가 필요한데, 여기서 규제완화는 脫規制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정부와 민간건설업자의 역할 조정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건설산업 영역에 있어서 정부실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제경쟁력있는 건설기술은 민간이 개발하고, 그 제도화나 지원방안은 정부가 담당하는 식으로 역할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건설산업기본법이 천명하고 있는 기본이념, 특히 건설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라는 입법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發想과 認識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이루어내는 주체는 일차적으로 당사자인 건설업자들의 책무이며 과제인 것이지, 법제나 정부의 규제적 간여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정부가 강력한 규제권을 가지게 되면, 정경유착의 문제가 생기며, 정경유착에 바탕을 둔 건설산업은 경쟁력을 가질 수 없게 되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理致인 것이다.

 

정부는 필자가 지적한 발상의 전환없이는 국제경쟁력을 갖춘 건설산업의 육성이 어렵다는 점을 직시하고 민간건설업자의 창의성의 계발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국가와 법의 권위는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하지만, 국가의 기능과 역할은 시대적 경향에 따라 ‘작은 政府’이어야 하며, 특히 건설산업과 관련해서도 ‘작은 정부’로 만족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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