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시의 위헌성(違憲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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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   2016.03.1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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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고시의 위헌성(違憲性)

 

석종현(石琮顯)

단국대 법학과 교수, 전공 : 公法學

 

최근에 공정거래위원회는 97년 만들었다가 99년 폐지되었던 「신문고시제」의 부활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 언론은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그 접근에 있어서는 본질적 쟁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언론은 신문고시 부활과 관련된 핵심쟁점 3가지(무가지비율, 시행시기, 독과점지위 사업자)가 모두 규제개혁위원회의 민간위원들의 이의제기를 받았다는 점을 논거로 하여 신문고시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론은 물론 정부 역시 신문고시의 문제가 처음부터 법적 문제라는 점을 도외시하고 있다. 법학교수의 시각에서 보면 신문고시가 위헌소지가 많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그러하다면 위헌적 제도 부활을 서두는 정부(공정위)의 헌법경시 풍조와 반법치주의적 행태를 문제 삼아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언론고시 부활을 법치의 관점에서 추진하고 있으나, 그것은 내용적으로 위헌적이고 반법치주의적인 것이니 법치주의가 통곡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문제의 본질은 ‘빅3’ 언론에 대한 광고․판매 간섭에 위헌소지가 있다거나 신문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문고시제가 합헌인지 아니면 위헌인지를 논증함에 있는 것이다.

 

신문고시가 위헌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은 법이 아니면서도 그 위반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보아 과징금 부고, 형사고발 등의 제재조치를 받게 된다는 점에 있다. 우리 헌법하에서는 위법한 행위에 대해서 그것도 법률이 정한 위법행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하여 처벌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신문고시 위반은 행정기관의 내부지침에 대한 위반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여 제재조치를 할 수 없고,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원칙상 지침에는 처벌조항을 둘 수 없다는 법논리에 비추어 이에 반하는 신문고시제는 위헌이 되는 것이다. 과거 헌법재판소(91.7.8. 91헌가4)는 신문고시의 위헌성 정도에 훨씬 못 미치는 사행행위단속법 제9조에 대하여도 위헌결정했던 것에 비추어 본다면 신문고시의 위헌성은 명백하다고 할 것이다.

정부는 신문고지제의 근거로 공정거래법 제23조 제3항의 규정을 들어 합법적임을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이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를 규정하고, 제2항에서 그 유형 또는 기준을 대통령령에 정하도록 위임하였기 때문에 별도로 제3항에서 사업자가 준수하여야 할 지침제정권을 공정거래위원회에게 부여한 것은 헌법상 위임입법의 법리에 반하는 것으로 위헌이며, 법체계상 허용되지 아니한다. 하위규범인 지침(신문고시) 위반에 대하여 공정거래법의 관계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법리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신문고시가 법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의 상식에 속하며, 따라서 법이 아닌 신문고시로 언론업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서는 아니된다. 만약 정부가 신문고시제 부활을 강행한다면 그것은 정부가 헌법위반을 자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권의 정당성에 치명적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다.

신문고시는 신문업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인데, 공정거래법 제23조 제2항이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또는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니, 신문고시 역시 대통령령으로 정하여야 하는 것이다. 같은 법에서 일면에서는 불공정거해행위의 유형 및 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타면에서는 그것을 사업자가 준수하여야 할 지침으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입법불비임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에게 자의적 권한행사와 그 남용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위헌의 소지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위헌적 신문고시의 부활추진에 급급하기 보다는 헌법을 존중하고 합헌적 법치주의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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