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은 소득세법상 국가의 기관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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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7   2016.03.1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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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시론 제26호]

행정법학에서는 행정주체를 국가와 공공단체로 설명하고 있으나, 실정법들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공공단체가 실정법 적용과 관련하여 행정주체로 보아야 하는 지가 문제된다. 행정법이론은 이를 긍정하고 있으나, 행정실무에서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와 같은 행정법규해석은 잘못된 것이며, 이를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칼럼을 준비하였다. 이 칼럼은 원래 한국법제발전연구소가 발행하는 뉴스레터 제4호에 게재할 예정이니 시론의 성격상 미리 공개한다. 집필에 수고하신 이광윤교수에게 감사드린다.

 

근로복지공단은 소득세법상 국가의 기관이 아닌가?

 

이광윤 교수(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지난 2월 16일자 중앙일보의 기사를 통하여 알게된 사실이다. 근로복지공단이 2001년 2월 말까지 관할 세무서에 제출해야 할 2001년 분 원천징수소득세에 대한 지급조서를 3개월 이상이 경과한 6월 14일에야 제출하였고, 이에 관할 서울 영등포세무서는 2001년 9월, 30억4천7백40원의 가산세를 부과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노동부 장관이 관장하는 산재보험사업은 엄연히 국가기관의 사업이기 때문에 납부한 가산세를 돌려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으며, 세법 전문가들은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상보험법에 의해 만들어진 정부 출연기관이지 정부조직법상 국가기관은 아니기 때문에 재경부가 나서 가산세 부과를 취소하기 어렵다’고 해석하였다는 것이 기사의 주요 내용이었다.

신문 기사의 내용만으로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원천징수 소득세 지급조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근로복지공단에 대하여 과세관청이 소득세법 제81조 제5항에 근거하여 불성실신고 지급조서금액의 100분의 2를 가산세로 부과하였고, 이에 복지공단은 소득세법 제158조 제1항의 규정, 즉 원천징수의무자가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지방자치단체조합인 경우에는 원천징수납부불성실가산세를 부과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자신들 역시 국가기관이므로 가산세의 부과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

필자가 추론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당해 문제를 정리해 볼 때,

근로복지공단을 국가의 기관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 논쟁의 촛점인데, 소득세법 제158조의 법문언은 가산세의 면제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을 ‘국가’, ‘지방자치단체’, ‘지방자치단체조합’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의 면책을 규정한 입법취지는 무엇인가? 첫째, 과세권 행사의 효과는 과세권자에게 귀속되며, 과세권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이기 때문에 과세권의 효과가 귀속되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자기에게 자기가 과세하는 것이 되므로 이러한 모순을 피하기 위하여 면책을 시키는 것이며, 둘째, 가산세라는 것은 원래 세법상 각종 의무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행정적 제재 수단이기 때문에, 행정적 제재권 행사의 주체인 국가 등에게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자신에게 자기가 제재를 하는 것이 되므로 이러한 모순을 막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서 면책규정을 둔다.

행정법상 행정의 주체는 국가와 공공단체이며, 공공단체에는 국가의 사무를 지역적으로 분권한 ‘지방자치단체’와 국가의 사무를 사무적으로 분권한 ‘영조물법인’이 있다. 영조물법인이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한 공공서비스를 수행하기 위한 공법상의 법인체를 말하는 것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결부되어 있으며,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고유의 기관을 가지며 자치적 예산과 법률상의 권리․의무의 주체가 된다.(이광윤/김민호 공저, 최신행정법론, 법문사, 2002, 492면이하 참조) 이 중에서 지하철공사와 같이 상공업적 서비스에 종사하는 영조물법인은 원칙적으로 행정의 주체가 아닌 사경제적 주체에 불과하나, 근로복지공단과 같은 행정적 서비스에 종사하는 행정적 영조물 법인은 행정의 주체로서 국가의 후견적 감독을 받는 국가의 분권기관이다. 따라서 국가의 분권기관인 공공단체 중에서 특별히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자치단체조합에게만 행정의 주체성을 인정하여, 가산세 면책특권을 부여해야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소득세법 제158조 제1항의 ‘국가, 지방자치단체’규정에서의 ‘국가’는 국가의 행정적 영조물법인을 포함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자치 단체의 행정적 영조물법인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중앙일보 기사에서 ‘근로복지공단은 정부조직법상의 국가기관이 아니라’는 세법전문가들의 주장은 행정의 주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된 법전이 있는 민법이나 형법과는 달리 급변하는 행정현실에 적응하여야 하는 행정법의 해석은 때로는 행정법의 일반원리가 근본규범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입법정책적으로는 행정현실에 적합한 입법을 하도록 노력하여야겠지만, 해석에 있어서도 문리적 자구 해석에만 치우쳐 행정법원리를 망각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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