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토이용체계 개편방안 문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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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7   2016.03.1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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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국토이용체계 개편방안 문제있다>

 

石 琮 顯(단국대 법학과 교수)

사단법인 韓國土地公法學會長

 

최근 국토의 난(亂)개발 문제가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자 건교부는 5.30. ‘국토난개발 방지 종합대책’을 서둘러 발표하였고, 뒤이어 국토정비기획단을 구성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여 지난 8월 18일에는 ‘21세기 국토이용체계 개편방안 공청회’를 국토연구원에서 개최한 바 있다. 개편방안의 기본방향은 국토의 계획적 관리를 위한 기반구축, 선계획-후개발의 국토이용체계의 확립, 국토관리의 일관성 및 투명성 확보 등에 두었으며, 이를 제도화하기 위하여 현행 토지이용에 관한 기본법 3법인 국토건설종합계획법, 국토이용관리법, 도시계획법을 2개법률, 즉 국토기본법(가칭)과 도시농촌계획법(가칭)으로 재편한다는 것이다.

 

◇ 졸속입법은 중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건교부는 재편되는 법률안을 금년 정기국회에 제출한다고 하는데, 재편작업에 소요되는 기간은 3개월에 불과하다. 3개월의 기간내에 토지이용에 관한 기본3법을 2개법률로 재편한다는 건교부의 방안은 물리적인 측면에서 졸속입법의 극치라는 점에서 그 방안을 철회하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제도개선을 함에 있어 신속하게 대응하여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토지의 이용이나 개발을 좌우하는 토지이용법제의 개편의 경우에는 결코 성급한 졸속입법을 하여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기본3법의 재편을 통해 규율하는 이용법제가 난개발 문제를 해소해 준다면, 문제제기를 할 필요가 없겠지만 서둘러 재편하는 졸속입법이 본래의 재편목적을 실현시킬 것이라는 보장은 아무도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건교부의 방안은 난개발로 야기된 여론의 질타를 피하기 위한 행정편의적 묘안(妙案)일 공산이 훨씬 크다고 할 것이다.

 

난개발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된 이래 언론과 논자들은 준농림지역제도의 도입이 난개발의 원인인 것으로 평가한 바 있으나, 사안을 보다 주의깊게 살펴보면 그것은 도시기반시설의 설치책임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의 문제이며, 아울러 토지계획권 및 인․허가권에 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상의 갈등 내지는 계획체계(Planungssystem)의 문제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용법제를 개편하는 경우에도 이와 같은 원론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지 아니한다면 제도개편의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 정부는 기반시설 설치에 무임승차하겠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

 

전자(기반시설의 설치책임)의 경우 지금까지 정부는 ‘선계획에 의한 개발된 토지’에 대한 개발법체계를 확립하지 않았고, 그 대신 토지의 이용과 개발 그 자체를 개발주체의 부담으로 전가시킨체 시혜적인 입장에서의 행정권행사를 향수하였다. 달리 말하면 행정주체가 기반시설의 설치를 자기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이를 실현하는 법체계를 마련하였더라면 난개발의 문제가 생길 여지가 없게 된다. 이와 같은 논리에서 보면 난개발은 개발법체계의 불비의 문제이자 정부의 책임이라 할 것이다. 또한 난개발은 기반시설이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단위별로 개발사업의 허가가 가능하였던 토지이용규제법제의 불비로서 법체계의 문제인 것이다.

공청회 자료에 의하면 건교부는 여전히 기반시설의 설치책임에 관하여 기반시설연동제를 도입하고 기반시설 부담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제도는 행정권 우월(優越)의 사상(思想)을 기저로 한 전근대적 사고의 소치이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 헌법상 복리국가의 원리를 토지이용의 영역에서 실현하기 위해 국가는 국가의 예산부담으로 기반시설을 설치해 줌으로써 난개발의 문제가 더 이상 생기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는 개발업자의 부담에 무임승차하여 기반시설을 확보하겠다는 발상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반시설 연동제 등 구시대적 발상에 바탕을 둔 토지이용법제의 개편은 난개발 해소의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정부는 알아야 할 것이다.

 

후자(계획체계)의 경우 정부는 선계획․후개발의 국토이용체계를 확립한다는 방향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계획법체계의 정비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나, 그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계획법체계는 상하위계획간은 물론 병립적 계획간에 구속적인 관계를 거시적 측면에서 규율하여야 하는 것이나, 우리의 계획법제는 용도지역․용도지구․용도구역 등의 지정에 관한 행정계획법제를 골간으로 하지만,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그 구속력에 관한 법제정비가 매우 미흡하다. 예를 들면 국토건설종합계획, 국토이용계획, 도시계획등이 상하위적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수도권정비계획, 특정지역개발계획, 신공항건설기본계획, 유통단지개발종합계획 등 많은 특례법적 성격을 가지는 개별법들 때문에 상하위적 계획법체계의 정립이 사실상 형해화되고 있다. 달리말하면 국토의 이용 및 개발에 관하여 거시적․종합적․유기적 관점에서 ‘선계획’하는 계획법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국토건설종합계획심의회, 국토이용계획심의회, 수도권정비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 등이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의 계획법체계가 미시적 관점에서 ‘선계획’한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국토이용체계 개편방안은 토지이용에 관한 수많은 법령이 만들어 내고 있는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 몇 개를 이리저지 옴겨 심는 식이기 때문에 졸속입법이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국토이용체계 개편을 내용으로 하는 졸속입법을 포기하고, 숲을 보는 안목을 가지고 토지 계획법체계의 재정립을 위해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지역계획권의 보장 여부가 문제될 수 있는데, 지역계획권도 보호하고 ‘선계획․후개발’의 법체계내에서 자치단체의 각종의 개발계획을 종합적 관점에서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독립된 심사기구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심사기구에는 법학교수 등 관계전문가, 한국토지공사 등 개발주체 및 국토연구원 등 연구기관들이 폭넓게 참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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