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제도의 위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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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5   2016.03.1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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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시론 제21호는 최용기교수가 전국교수공제회보 제31호 6면에 기고한 글이다. 최교수의 원고제공에 감사드린다.

 

국정교과서제도의 위헌성

 

최용기(창원대학교 법학과교수․한국헌법학회부회장)

 

교육법 제157조와 대통령령인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제5조의 각 조항은 대학 등을 제외한 각학교의 교과용도서에 대하여 교육부가 저작․발행․공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헌법 제31조 제4항이 보장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과 제21조의 출판의 자유, 제22조 제1항의 학문의 자유에 대한 침해여부가 문제된다. 또한 교육제도법정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31조 제6항 및 포괄적인 백지위임입법을 금지한 헌법 제75조 및 본질적 사항의 법률유보를 내용을 하는 법치주의원리에 위배되는가를 검토하고자 한다.

헌법재판소는 교육법 제157조와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제5조의 헌법소원심판에서 「국민의 수학권과 교사의 수업의 자유는 다같이 보호되어야 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국민의 수학권이 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 하고, 국정교과서제도는 교과서라는 형태의 도서에 대하여 국가가 이를 독점하는 것이지만, 국민의 수학권의 보호라는 차원에서 학년과 학과에 따라 어떤 교과용 도서에 대하여 이를 자유발행제로 하는 것이 온당하지 못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경우 국가가 관여할 수밖에 없다는 것과 관여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 인정의 범위 내에서 국가가 이를 檢․認定制로 할 것인가 또는 國定制로 할 것인가에 대하여 재량권을 갖는다고 할 것이므로 중학교의 국어교과서에 관한 한, 교과용 도서의 國定制는 학문의 자유나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가 아님은 물론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과도 무조건 양립되지 않는 것이라 하기 어렵다」라고 결정하였다.

이렇게 결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교과서라 함은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교과가 포함하는 지식체계를 쉽고 간결․명확하게 편집하여 학생들의 학습의 기본자료가 되도록 한 학생용도서를 말하며, 전문지식을 추 구하는 대학이상의 교육과정에서는 교과서제도는 적합하지 아니하다.

국정교과서제도는 교육부에 의하여 교과서 편찬이 주도될 뿐만 아니라 그 교과서만이 교재로 허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행정관료에 의하여 교과내용 내지 교육내용이 영향을 받을 소지가 있으며, 첫째 학생들의 창의력개발이 활성화되지 않고 경우에 따라 저해되거나 둔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 둘째 상황변화에 능동적․탄력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 셋째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이념과 모순된다는 점, 넷째 교사와 학생의 교재선택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다섯째 교과중심의 주입식 내지 암기식 교육이 행하여지기 쉽다는 점 등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초․중․고교교육 등 보통교육의 과정에 있는 학생은 사물의 시비, 선악을 합리적으로 분별할 능력이 미숙하기 때문에 가치편향적이거나 왜곡된 학문적 논리에 대하여 스스로 이를 비판하여 선별 수용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공교육의 책임을 지고있는 국가가 어떤 형태로든 이에 간여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국가가 교육에 관여하는 대표적인 것이 교과서 저작․사용에의 관여로서 國定敎科書制度나 교과서檢․認定制度라 할 수 있다.

현행 교과서제도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의 정신에 입각해서 바람직한 제도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교육이 국가의 백년대계의 기초인만큼 국가의 안정적인 성장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외부세력의 부당한 간섭에 영향받지 않도록 교육자 내지 교육전문가에 의하여 주도되고 관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헌법 제31조 제2․4․6항 및 제37조에 근거하여 국가가 문화복지정책의 일환으로 교육정책을 입안, 연구, 시행할 책임이 있음을 전제로 할 때 그 범위는 단순히 교육의 외적 제조건의 정비․확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학권의 보호와 사회공공의 이익의 증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범위 내에서 교육내용에 대한 결정권을 포함한다고 할 것이며, 의회민주주의 제도하에서 그 기준은 국회가 법률의 형태로 제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 제31조 제1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교육권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민주국가, 문화국가, 사회국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이라고 하는 헌법의 기본이념을 실현시키기 위한 필요․불가결의 기본권으로서, 이러한 헌법상의 제목표는 “교육의 자유”를 통해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는 경우에만 실현될 수 있다.

교육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면 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관한 본질적 결정사항인 교과서의 저작과 선택의 권리는 원칙적으로 교육의 자유의 주체인 교사에게 맡겨져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교사의 저작 및 선택권을 완전히 배제하고 중앙정부가 이를 독점하도록 한 교육법 제157조의 국정교과서제도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선언한 헌법 제31조 제4항에 반하고 교육자유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반한다.

또한 헌법 제31조 제6항에 따라 초․중․고등학교 학생의 교육기본권 및 교사 등의 교육자유권의 보장과 행사를 위한 기본적인 사항인 교과서의 저작과 선택에 관한 중요한 사항은 반드시 법률로 정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제도법정주의에 따라 제정된 교육법 제157조 등에는 교육제도의 본질적 사항에 속하는 교과서의 저작․출판․선택 등에 대한 구체적 기준과 방법 및 절차 등의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단지 동조 제2항에서 “교과용도서의 저작․검정․인정․발행․공급 및 가격 결정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서 정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행정권에 의한 입법에 포괄적으로 백지위임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법 제157조는 헌법 제31조 제6항 교육법정주의와 헌법 제75조의 포괄적인 백지위임입법금지 및 본질적 사항의 법률유보를 내용으로 하는 법치주의 원리에 위배된다.

또한 국정제도는 검․인정제도 보다도 교과서 발행방법이 폐쇄적이라 할 수 있고, 자유민주주의는 자율과 참여에 의하여 결정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을 중시하는데 획일화를 강제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기본이념에 반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국가의 교육은 교육내용과 방법도 다양성을 가져야 하고, 그에 대한 결정권은 전문적인 교육자에게 맡겨져야 한다. 그러나 교원 개개인에게 독점시키는 것 또한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편향되고 주관적인 가치관을 주입시킬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교과용도서의 저작․선택을 학교운영위원회에 맡기도록 교육법을 개정하고, 대통령령은 폐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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