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도가 본 언론사 세무조사

페이지 정보

1,513   2016.03.18 10:35

본문

법학도가 본 언론사 세무조사

 

석종현(石琮顯)

사단법인 韓國公法學會長(단국대 법학과 교수, 전공 : 公法學)

 

 

국세청은 4개월여에 걸쳐 23개 중앙언론사들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 지난 28일 추징세액을 각 언론사에 개별 통보하였고, 29일에는 검찰고발 조치와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그 추징사유를 비자금조성, 주식 변칙증여, 회사공금 유용 등의 비리를 들었다. 이와 관련하여 조선일보는 ‘현정권의 언론탄압’으로, 시사저널은 ‘DJ와 신문권력 사생결단’으로, 야당은 ‘법의 이름을 빙자한 김대중 독재권력의 비판언론에 대한 청부폭력’으로 각각 진단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진단을 법적으로 평가하면 법치주의의 실종이며, 반법치주의적 국가권력행사라 할 수 있고, 그러하다면 그것은 다시 憲法違反의 문제가 되어야 하는데, 이 점이 전혀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 평가하여 세무조사와 관련된 행위들이 그 법적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써 이미 正義에 반하기 때문에 이 점을 지적하는 언론사들의 論旨는 正義로운 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과 언론은 법문제를 법적 시각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정치논리나 사실논리에 바탕을 두고 전개하고 있어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법치주의를 한다는 나라에서 법문제를 법적으로 판단하지 아니하니 정말 이해하기가 어렵고 안타깝기만 하다.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처음부터 당해 행위의 실체적․절차적 적법성과 정당성의 문제이므로, 이에 문제가 있다면 먼저 그 당부를 따져 보아야 하는 것이다. 즉, 세무조사와 관련된 쟁점은 처음부터 그 정당성에 관한 法理나 論理를 검토함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법적 관점에서 보면 세무조사가 언론탄압이라면 그것은 그 자체로서 국가권력의 자의적 행사로써 위법행위가 됨은 물론 헌법 제37조 제2항의 過剩禁止의 原則에 위배되어 違憲이 될 것이며, 이 경우 국세청은 직권남용의 위법행위를 한 것이 되어 그에 대한 行政上 그리고 刑事的 制裁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야당이 평가하듯이 김대중 정부가 독재권력이라면, 그 자체로서 대통령의 헌법준수의무에 반하는 것으로 헌법상의 권력분립의 원리를 부정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는 정부가 앞장서 헌법을 존중하지 아니한 것이 된다. 이 경우 정부는 국가권력행사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게 된다. 국가권력행사의 정당성은 헌법으로부터 도출되는 것인데, 정부가 그 원천인 헌법을 스스로 존중하지 아니한다면 정부와 국가권력의 정당성을 논의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헌법 제66조 제2항은 대통령에게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천명하고 있고, 제69조는 대통령의 취임선서와 관련하여 헌법의 준수를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도 우리의 國法秩序의 근본이 모두 헌법으로부터 연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세무조사가 지닌 헌법적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행정법적 관점에서도 이번의 세무조사는 그 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문제가 많다. 정당한 조세부과처분을 하기 위한 세무조사는 정당하며 허용된다. 이 경우 세무조사는 오직 과세요건을 확정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실시하여야 하며, 정치적 목적이나 특정단체난 야당에 대한 압력․탄압 등을 목적으로 실시할 수는 없다. 미국의 판례는 과세요건확정을 위한 것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행하여진 세무조사를 기초로 한 조세부과처분을 위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대통령의 언론개혁 필요성 언급 이후 행하여지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동시에 행하여진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 목적이 정당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무조사를 함에 있어서는 조사의 정도․강도․범위 등에서 과잉금지의 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이번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조사원 투입인력의 수, 장기의 조사기간 및 그 기간의 재연장 등을 하였는데, 이는 유사규모의 일반기업체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것임을 고려해 보면 세무조사의 정도․강도 면에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세무조사를 함에 있어서 조사의 직접 상대방 이외에 제3자에 대한 조사는 과세요건을 확정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고 명백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보충적으로 행하여야 한다. 그런데 금번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의 경우 언론사 임원 및 거래업체에 대하여 까지 조사범위를 확대하였는데, 이는 보충성의 원칙에 위배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제3자조사의 경우에 조사의 직접 상대방에게 그 실시를 저지하여 줄 것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조사의 직접 상대방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보장하고 있으나, 우리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제도들 두고 있지 않고 있어 문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세무조사는 조세부과처분을 하기 위한 세무조사, 강제징수를 하기 위한 세무조사, 범칙사건조사(이른바 세무사찰)로 분류할 수 있는데, 조세부과처분을 하기 위한 세무조사는 처벌을 목적으로 실시하여서능 안된다. 그런데 금번 세무조사는 처음부터 조세범으로 처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하여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국세청이 조사과정에서 탈세의 증거를 확보하였다면 세무조사의 종류를 범칙사건조사(세무사찰)로 전환하는등 적법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나, 국세청은 이와 같은 법적 한계를 무시하였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