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 통합의 불합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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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4   2016.03.1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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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시론 제14호]

법치시론 제14호는 이광윤교수가 ‘정부의 토공․주공통합정책에 관한 법적 검토’라는 주제로 한국토지공법학회의 제25회 학술대회(2001.3.23. 조선호텔 오키드룸)에서 ‘공기업구조조정에 있어서의 법적 문제’라는 주제로 발제한 원고를 바탕으로 언론기고문으로 작성한 것이나, 자료제공의 차원에서 게시합니다.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 통합의 불합리성

 

 

이 광 윤 교수(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공기업의 구조조정’이라는 기조 아래 추진되고 있는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통합문제의 타당여부를 논하기 전에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공기업’에 해당하는가의 문제를 우선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자가 공기업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바,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직접 사회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경영하는 기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기업은 ‘수익성’만이 관계될 뿐, ‘공익’을 조건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공기업 또한 기업인 한 최소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여야 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따라서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상당부분의 업무가 공행정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공기업’이 아니며, 공공서비스(공익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공공단체에 의하여 수행되는 활동)를 수행하는 기관인 ‘행정적 영조물법인’(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한 공법상의 법인체)으로 보아야 한다.

 

정부의 토공․주공의 통합론의 근거는 98년 당시 택지개발과 관련된 토공․주공의 기능이 중복되고, 택지개발과 주택건설의 일원화로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와 국민정부가 추진한 공공부문 개혁의 상징성을 확보함에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통합론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주공의 택지개발은 ‘자체주택건설 소요 택지개발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주공의 주택건설이라는 주기능 수행에 따른 부수적인 업무로서, 토공의 계획개발 기조하의 ‘공급용 개발기능’을 수행하는 택지개발업무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따라서, 토공․주공의 기능중복이라는 통합논거는 설득력이 없다.

 

둘째, 정부는 새로운 정책을 수립집행함에 있어, 기존제도의 유지를 통해 얻게 될 공익과 새로운 제도탄생을 통해 얻게 될 공익을 정당하게 비교형량하였어야 했다. 그런데 정부의 토공․주공의 통합방침은 지나치게 ‘경영혁신’이라는 편향적 시각에 사로잡혀 공익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부는 토공과 주공의 통합을 논하기 보다는 주공이나 토공이 수행하였던 ‘공적 기능’내지는 ‘공적책무’가 시대적 상황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익적 가치로 남아 있는지 여부 또는 국가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먼저 검토하는 것이 순리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익은 국토자원의 효율적 이용기반 구축과 국토공간의 선진화된 환경조성을 위해 토공과 같은 토지전문기관의 전문성을 지원․육성해 줌으로써 가능해 진다고 할 것이다.

 

셋째, 정부의 통합방침에 따라 양기관이 통합되는 경우 자본금 13조원, 자산27조 8천억원, 직원 4800여명의 거대한 영조물 법인이 만들어 진다. 또한, 통합시 부채는 20조원에 달하고, 이 중 이자를 부담하는 부채가 10조원이므로 연간 이자만도 1조원을 부담해야 하는데 99년 토공의 영업이익은 5,011억원, 주공의 영업이익은 354억원으로 이와같은 영업이익으로는 총부채의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즉 통합은 결국 통합공기업의 부채 및 부실자산 과다로 인해 경영악화를 가중시키게 될 뿐이다. 건교부 역시 양기관의 통합시 ① 조직 및 자산의 거대화로 경영효율 저하, ② 재무상의 위험가중으로 부실경영 우려, ③ 저렴한 토지공급과 공공시설 확충의 곤란, ④ 전문성 특화에 의한 정부 경제정책의 효과적 수행의 곤란, ⑤ 토지관리 기능 수행 및 통일대비 국토개발 장애 초래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넷째, 토공의 설립과 업무의 범위를 규정하거나 기관의 설립이나 폐지를 규정하는 것은 헌법상 행정조직법정주의에 따라 법률사항으로, 행정감독권을 일탈한 정부의 토공․주공의 통합추진은 위법하다. 정부는 기관의 통합여부에 관한 결정의 문제가 법률사항이라는 점을 인식하여야 하며, 그에 관한 우리의 헌법질서를 존중하여야 할 것이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통합의 대상이 되지 않음은 법리적․현실적으로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만약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논리 하나만으로 통합을 추진한다면 행정은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최대의 서비스이지 손님인 고객에 대한 상행위가 아니라는 초보적인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토지공사는 국토의 보다 일관된 이용계획의 수립과 효율적인 관리를 위하여 보다 전문화된 행정적영조물법인으로서 국가의 토지정책을 전담하는 특별 임무 기관으로 육성될 필요가 있고, 대한주택공사 서민주택의 건설과 공급 및 저임대라고 하는 사회복지 기관으로 전문화될 필요가 있다. 지금 문제되고 있는 전세. 월세 가격의 폭등 우려에 따른 사회적 문제는 공공임대주택의 확충에 의해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즉 주택 부문을 전적으로 민간부분에 맡기지 말고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경쟁을 통해 사회복리를 증진시키도록 하여야 한다. 또, 재건축 및 재개발 조합 아파트 건설을 둘러싸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건설업자와 조합간부 그리고 감독청 사이의 비리와 불법. 그리고 폭력은 국민의 공권력에 대한 불신과 실망을 위험한 수준에까지 이르게 하고 있음을 볼 때, 법치주의의 확립과 평화롭고 민주적인 질서의 회복을 위하여, 실패한 시장에 대신하여 개입할 필요가 있다. 또 전문성의 견지에서 볼 때, 한국토지공사는 특별행정기관의 성격을 띄어야 하는 반면, 대한주택공사는 좀더 유연한 사회복지기관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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