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공법학회 제25회 학술대회(2001.3.23. 조선호텔 오키드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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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3   2016.03.1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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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시론 제13호]

법치시론 제13호는 석종현교수가 ‘정부의 토공․주공통합정책에 관한 법적 검토’라는 주제로 한국토지공법학회가 개최한 제25회학술대회(2001.3.23.)에서 발표한 기조연설문이나, 자료제공의 차원에서 게시합니다.

 

 

 

[기조연설문]

한국토지공법학회 제25회 학술대회(2001.3.23. 조선호텔 오키드룸)

 

 

 

정부의 토공․주공 통합정책에 관한 법적 검토

­토공․주공의 물리적 통합 반대­

 

 

석종현(단국대 법학과 교수)

(사)한국토지공법학회 회장

 

 

Ⅰ. 서론

 

 

1. 문제의 제기

 

행정법학의 공기업법론에서는 공기업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및 그에 의하여 설립된 법인이 직접으로 사회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경영하는 사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경영주체, 경영목적, 수익성을 표준으로 개념정립을 한 것이다. 경영주체는 특별법에 근거한 법인형태를 취하는 것이 보통이고, 경영목적은 그 공기업의 설립근거법률에 의하여 규정된다. 즉, 공기업의 설립목적은 국가로부터 부여되고 公共的 性質을 가진다. 이와 같은 공기업의 공공적 성질때문에 국가적 공권이 부여되거나 면세, 보조금의 교부 등 특전이 부여되는 것이 보통이다. 아울러 회계감사, 보고제출 등 국가로부터 특별한 감독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같이 공기업의 설립목적이 법정되고, 국가가 공기업활동을 보호․감독하는 것은 국민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역무 등의 공급이나 공여 그 자체가 헌법상의 福利國家의 원리를 실현하기 위한 행정작용에 속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행정작용은 원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그의 행정기관에 의해 행하여야 하는 것이나, 재화나 역무 등의 공급․공여는 ‘주는 행정’, 급부행정(Leistungsverwaltung)을 의미하며, 비권력적 성질을 가지므로 권력적 행정에 친숙하지 못하기 대문이다. 국가의 행정목적은 행정관청 또는 행정청이라는 행정조직에 의해 실현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행정조직의 경직성이나 관료주의, 행정편의주의로 인해 비권력적 급부영역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하나로 공기업제도가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즉, 공기업제도는 케인즈로 대표되는 혼합경제체제하에서 자본주의경제체제 그 자체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자본주의의 모순과 폐해를 시정하기 위한 국가의 사회경제영역에 대한 적극적 개입의 한 형태인 것이며, 이른바 市場失敗를 교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공기업은 행정청형기업, 공사체기업, 회사체기업 등 그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오늘날의 給付國家에 있어 공공복리증진을 위한 행정작용을 실현하는 급부주체를 의미하며, 시장실패를 교정하기 위한 국가적 개입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실패를 교정하기 위한 국가적 개입은 이른바 정부실패를 야기하게 되었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1980년대 이후로는 정부부문의 실패를 교정하기 위하여 新自由主義思想을 기저로 한 시장메카니즘을 도입․확대하려는 노력이 광범위하게 진행되었고, 서구선진제국에 있어서 그 주요과제는 民營化(Privatization)와 規制緩和(deregulation)로 나타나고 있다. 현정부 역시 출범이래 신자유주의사상을 기저로 하는 구조개혁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특히 오늘의 주제인 토공․주공의 통합정책 역시 그와 같은 기저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부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는 헌법상의 법치국가의 원리에 따라 법치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하지만, 그에 관한 정부의 노력은 매우 미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법치주의는 자의적이고 임기웅변적인 국가운영을 막기 위해 사전에 명확한 행위규제를 정립함으로써 행정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요청한다. 따라서 통합정책 역시 그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통합의 장단점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이해관계인들의 의견수렴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법치주의는 행정의 명확성과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토공․주공의 통합논의는 국민정부가 1998년 9월 공기업경영혁신계획에서 2001년 토공․주공의 공적 기능 중심으로 통합한다는 결정에서 비롯되었고, 이에 관하여 건설교통부 및 기획예산처의 대통령 업부보고시 양기관의 통합추진계획이 보고되었다. 당시의 통합논거로 토공․주공의 택지개발에 관한 기능중복을 조정하고, 택지개발과 주택건설의 일원화로 효율성을 제고하며, 아울러 이를 통해 공공부문 개혁에 관한 정부의 의지를 천명함에 있었다. 이와 같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공공부문 개혁에 정부의 의지천명과 관련하여 행해진 토공․주공 통합논의는 애초부터 법치주의의 요청이 고려되지 아니한 것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더욱이 양기관의 통합문제는 그 설치근거법률의 폐지와 제정을 수반하는 문제이므로 애초부터 입법정책의 문제이었으나, 그와 같은 입법적 검토가 전혀 행해진 바 없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역대의 정부는 법률안 발의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였고, 그 결과 국회는 정부발의법안을 의결해 주는 통법부로 전락하였고, 이에 따라 정부는 주권자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하는 공법제도의 개선에 있어서도 국회의 의사를 무시하였다. 이와 같은 정부의 오랜 관행은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과 대의민주주의를 사실상 형해화하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는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가 아니라 행정부의 의사가 지배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법치국가는 법에 의한 행정의 원리를 요구하고 있고, 여기서 법은 합헌적이어야 함은 물론 주권자의 의사가 대의민주주주원리를 통해 반영된 국회에서 제정된 형식적 법률이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정부의 토공․주공통합정책은 처음부터 입법정책적 고려와 법치주의적 고려를 전제로 행정정책적 고려를 하여야 할 문제인 것이나, 정부는 행정정책적 고려만을 앞세워 통합정책을 물리적으로 강행하고 있어 문제가 많은 것이다.

 

2. 公企業의 役割과 機能

공기업은 오늘날의 복리국가에 있어 사회구성원의 생활관계에서 일반적으로 필요한 財貨․役務 등을 공급하는 급부주체를 의미한다. 급부주체의 조직유형은 다양하지만, 여기서 논의하는 한국토지공사(이하 ‘토공’이라 한다)와 대한주택공사(이하 ‘주공’이라 한다)는 공사체기업이다. 토공의 설립목적은 토지의 취득․관리․개발 및 공급하게 함으로써 토지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촉진하고 국토의 종합적인 이용․개발을 도모하여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에 있다(토공법 제1조). 한편 주공의 설립목적은 주택의 건설, 공급 및 관리하고 불량주택을 개량하여 국민생활의 안정과 공공복리증진에 이바지하게 함에 있다(주공법 제1조). 따라서 토공과 주공은 법정의 공적 목적을 효율적으로 수행해야할 책무를 지는 공기업이라 할 수 있다.

작금에 있어 정부가 토공․주공통합을 추진함에 있어 가장 선결적으로 판단해야 되는 사항은 토공과 주공이 수행하는 ‘公的 機能’(公共性)의 존속 여부라 할 수 있다. 국가기능의 변화나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공적 기능의 범위가 축소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공적 기능의 변화를 수용하기 위한 공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 공기업 통합을 원칙으로 해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더욱이 어떤 특정공기업이 종래 수행하였던 공적 기능이 사회․경제적 여건의 변화로 인해 민간부문의 역할로 이행되었다면 그와 같은 공기업은 원칙적으로 폐지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기업폐지는 기존 조직과 인력 등의 활용방안과 관련하여 사회․경제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며, 차선책으로 종래의 공적 기능의 틀내에서 오늘날의 시대적 상황에 부합되는 새로운 공적 기능을 부여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하는 것이다.

 

 

Ⅱ. 統合論議의 背景

 

1.. 공기업구조조정의 추진 실태

공기업 구조조정은 국민정부의 출범이래 추진한 4대 구조개혁 과제 중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추진되는 과제이다. 공공부분 구조조정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역활의 재정립과 공공부분의 효율성 제고를 목표로 하는 개혁추진이며, 그 주요골자는 정부혁신을 통하여 작지만 봉사하는 정부를 구축하는 목표설정, 중앙 행정부처, 지차제, 공기업과 산하단체를 망라한 경역혁신 추진 시도, 공공부분 개혁의 기본 골격은 국가경영 혁신계획에 입각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개혁과제 중 공기업 구조조정의 경우에는 민영화 및 경영혁신에 목표를 두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의 구체적 일정을 제시하고 공기업의 매각을 주 내용으로 하는 공기업구조개혁을 추진하였다. 정부는 기획예산처에 대통령 훈령으로 ‘공기업 민영화 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부처별로 공기업 민영화 실무추진팀을 운용하는 등 민영화 추진체계를 수립하고 단계별 민영화의 범위와 일정을 제시하였다. 즉, 108개 공기업 중 완전 민영화 38개, 단계적 민영화 34개, 자회사 통폐합 6개, 구조조정 21개로 계획하였다(98년 7월 3일, 8월 3일). 정부는 그동안 2000년까지 완전 민영화 대상 5개 공기업(모기업 기준) 중 종합기술금융, 국정교과서, 대한송유관공사, 포항제철 4개를 매각 완료하였고, 포철, 한전, 한통의 해외DR 발행, 담배인삼공사, 가스공사의 국내공모 등을 통한 정부 지분 매각으로 총 민영화 수입 11조원을 확보한 바 있다.

다만, 토공․주공 통합의 경우 98년말 대통령 선거이후 구성․운영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최초로 제기되었고, 한국개발연구원에서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 전반의 개혁․점검의 총체적 일환으로 검토하면서 당시 기획예산위원회가 발족되면서 동위원회가 통합정책을 추진하였다. 당시 토공․주공통합방침에 대하여 재경부는 양기관의 통합근거는 택지조성과 도시재개발 기능이 중복되고 택지개발과 주택건축은 연계 추진되어야 한다는데 있었으나, 이와 같은 논거는 택지개발과 건축이 연계 추진될 경우 부분적 원가절감 효과는 있을 지 모르나, 택지조성의 경우 토공은 광역적이고 민간기업 공급을 주목적으로 하는데 대하여, 주공의 택지개발은 자체소요에 국한되어 있으며, 토공의 도시재개발은 담당인력이 5명에 불과하여 기능중복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는의견이 제시되었다. 재경부는 98년 당시 토공․주공 통합시의 역기능으로 통합시 거대 공기업 탄생으로 효율적 공기업을 지향하는 정부정책에 배치되고, 공공부문에 내재된 비효율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고,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재무위험이 집중되며, 일본의 경우도 유사기관을 통합하였다가 부실화되어 재정비한 사례가 있음을 지적하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건교부 역시 당시 토공․주공의 통합방침에 대하여 양기관의 수행기능이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고, 업무의 연계성이 적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건교부는 양기관의 통합시 ① 조직 및 자산의 거대화로 경영효율 저하, ② 재무상의 위험가중으로 부실경영우려, ③ 저렴한 토지공급과 공공시설 확충의 곤란, ④ 전문성 특화에 의한 정부 경제정책의 효과적 수행의 곤란, ⑤ 토지관리 기능 수행 및 통일대비 국토개발 장애 초래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주택산업은 기본적으로 민간이 담당할 기능이며, 공공부문은 영세민 주거대책 차원의 영구임대주택 공급 역할이 필요한 것으로 보았고, 토지개발사업은 국토관리 및 지역균형 개발 차원에서 정부주도가 불가피함을 인식하여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또한 토공․주공의 업무는 실제로는 중복되는 경우가 적어 통합시 중복업무의 단일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검토의견을 제시하였다.

 

2. 2001년도에 있어 통합에 관한 정부입장

 

최근에는 전윤철 기획예산처장관이 지난 1월 27일 CBS 경제포커스에 출연하여 공공부분개혁과 올해 국가재정운영방향‘에 관하여 대담하는 자리에서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통합에 대하여 “주공과 토공의 경우 과거 개발연대에 민간부문이 취약했던 부문을 맡아 왔으나 이제는 민간부문의 택지개발 및 주택건설이 활성화된 만큼 통합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시급한 시점”이라며 2월말까지 주공과 토공의 통합을 위한 기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통합방침이 재천명된 바 있다. 전윤철 장관은 토공과 주공은 민간부분과 상당 부문 경쟁관계에 있고 어떤 면에서 민간부분이 앞서나가는 만큼 서둘러 통합을 추진하고 추후 민영화 방안까지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밝혀 구체적인 통합방법마저 제시하였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2일 건설교통부는 「토공과 주공의 통합방안 연구」라는 용역연구를 국토연구원과 KDI에 발주하였다. 이와 같은 용역연구는 통합방안을 모색하는 것이기 때문에 토공과 주공의 통합을 전제로 하되 그 방법론을 모색하는 것이므로 토공과 주공의 통합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토공․주공통합은 다음에서 보듯이 문제가 많기 때문에 정부는 통합정책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원점에서 재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토공․주공통합을 해서는 아니될 이유는 다음과 같다.

 

 

Ⅲ. 토공․주공통합의 반대사유

 

1. 택지개발관련 기능중복이라는 통합논거는 설득력이 없다.

정부의 통합론의 근거는 98년 당시 택지개발과 관련된 토공․주공의 기능이 중복되고, 택지개발과 주택건설의 일원화로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와 국민정부가 추진한 공공부문 개혁의 상징성을 확보함에 있었음은 주지의 일이다. 그러나 통합론은 주공의 택지개발은 주공의 주기능 수행에 따르는 부수적인 업무로서 토공의 택지개발업무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였다. 다시 말하면 토공의 경우는 계획개발 기조하에 「공급용 개발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나, 주공의 경우 「자체 주택건설 소요 택지개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므로 주공의 경우는 주택건설이라는 주기능 수행에 따른 부수적인 보조기능으로 택지개발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토공과 주공의 택지개발기능은 그 목적상 본질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보조기능을 주기능과 동일시하는 평가와 인식은 문제가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하는 통합논의는 설득력이 없다할 것이다.

특히 토공의 택지개발기능은 국가․지방자치단체, 주공 등 공공부문 주택건설주체는 물론 민간주택건설업체 및 일반인 등 모든 토지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개발․공급하는 것이고, 또한 국가 전체 차원의 토지이용․활용을 위한 대규모 사업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택지개발과 관련하여 토공과 주공의 기능이 중복된다는 논리는 처음부터 사실관계를 잘못 판단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그와 같은 부당한 논거를 전제로 한 토공․주공 통합정책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다.

 

2. 통합논의는 형량법리에 위반된다.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수립집행함에 있어서는 기존제도의 유지를 통해 얻게 될 公益과 새로운 제도탄생을 통해 얻게 될 公益을 정당하게 비교형량하여야 하는 것이며, 만약 후자(토공․주공통합)가 전자보다 과소함에도 불구하고 후자를 위한 정책을 강행하는 것은 헌법상의 衡量法理에 반하는 것으로 위법임을 면치 못한다 할 것이다. 더욱이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통합정책은 대상기관들의 참여와 의견수렴을 배제하는 것으로 오늘날의 실질적 법치국가가 요구하는 행정의 절차적 정당성이나 행정의 투명성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문제가 많다. 법치주의는 행정의 실체적 적법성과 절차적 적법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공개적 공론화 과정과 이해당사자들의 법익보호를 위한 절차를 결여하는 것 그 자체로서 통합논의의 민주적 정당성은 크게 훼손된다.

 

형량법리는 헌법상의 법치국가의 원리로부터 도출되는 憲法原理를 의미하며, 그것은 공익적 목적을 위해 제도개혁을 추진하는 경우에도 그 개혁을 통해 얻게 되는 공익과 잃게 되는 공익을 정당하게 비교형량하여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제도개혁과 관련하여 상호 갈등을 빗게 되는 모든 공익을 형량대상으로 삼아 헌법상의 비례원칙의 틀내에서 정당하게 비교형량한 이후에 침해최소성의 원칙에 따라 정책결정을 하여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토공․주공의 통합정책이 법체계적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공익 상호간의 형량을 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형량을 함에 있어서는 형량법리에 위배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토공․주공의 통합방침은 지나치게 ’경영혁신‘이라는 편향적 시각에 사로 잡혀 있어 그 자체로서 법적 관점에서 요청되는 공익고려가 배제되고 있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토공․주공의 통합문제는 공법적 이익과 사실상 이익, 경제상의 이익, 정치적 이익 등 다양한 이익들이 갈등을 빗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이익들에 대한 충분한 형량이 행해지지 않았다. 더욱이 공기업이 수행하는 ’公的 機能‘에 대하여 역시 효율성이라는 경영학적 잣대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법정의 특정한 부분에 대한 국가의 행정책무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로서 공기업제도를 인정하는 경우에는 당해 공기업이 수행하는 ’公的 機能‘이 국가목적상 존재하고 있느냐 또는 없는냐의 문제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국가목적상 존치가 필요한 ’公的 機能‘이 인정되는 한 경영효율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통합정책을 수립하여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토공과 주공의 통합을 논하기 보다는 주공이나 토공이 수행하였던 ‘公的 機能’ 내지는 ‘公的 責務’가 시대적 상황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익적 가치로 남아 있는지 여부 또는 국가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지 여부에 대하여 먼저 검토하는 것이 순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공과 토공은 법제도적으로 각각의 법정 목적을 위해 설립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적 기능’은 우리 헌법상의 복리국가의 원리나 기본권보장이라는 헌법가치가 국가에게 부여하는 국가책무에 속하는 것이며, 따라서 그것은 헌법가치이자 국가가 공법제도로서 수행해야할 공적 의무에 속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오늘날의 헌법국가에서 국가는 헌법이념, 헌법의 기본원리 및 헌법가치를 실현해야할 책무를 지고 있으며, 그와 같은 책무실현을 위해 국가는 많은 公法制度를 운영하여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기업의 통합여부는 공법제도의 틀내에서 각각의 기관이 수행하는 또는 수행하여야 할 공적 기능에 대한 법리적 검토가 이루어진 이후에 비로소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3. 정부의 토공․주공통합추진은 감독권 범위의 일탈로써 위법하다.

토공법 제25조는 ‘건설교통부장관은 공사의 경영목표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안에서 공사의 업무를 지도․감독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이른바 행정감독권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감독권은 공사의 경영목표달성에 관한 업무에 대해서만 미치며, 조직의 폐지나 기관통합에 대해서는 미치지 아니한다. 헌법상 행정조직법정주의에 따라 토공의 설립과 업무의 범위를 규정하거나 기관의 설립이나 폐지를 규정하는 것은 법률사항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는 정부의 토공․주공통합추진은 일단은 감독권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아울러 헌법 제40조의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라는 國會立法의 原則에도 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헌법재판소는 ‘법규나 제도의 존속에 대한 개개인의 신뢰가 그 법규나 제도의 개정으로 침해되는 경우에 상실된 신뢰의 근거 및 종류와 신뢰이익의 상실로 인한 손해의 정도 등과 개정규정이 공헌하는 공공복리의 중요성을 비교교량하여 현존상태의 지속에 대한 신뢰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인정될 때에는 규범정립자는 지속적 또는 과도적으로 그 신뢰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이 원칙은 법률이나 그 하위법규뿐만 아니라 국가관리의 입시제도와 같이 국․공립대학의 입시전형을 구속하여 국민의 권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제도운영지침의 개폐에도 적용되는 것이다’고 판시하였는데, 이는 공권력행사의 예측가능성과 신뢰의 보호가 민주사회에서는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필수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의 입법현실은 앞에서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행정부발의의 입법안이 국회의 의결절차를 거쳐 법률로 제정되는 일반적 경향 때문에 행정권에 의한 입법권찬탈이 지닌 헌법적 문제에 대하여 별다른 의문과 논의가 없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입법현실은 현행 헌법질서를 존중하는 합헌적인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법률에 의해 창설된 제도의 폐지나 통합에 관한 문제는 일차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국회에서 먼저 논의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제도의 틀을 만들고, 이를 제도화하는 법률안을 발의하는 식으로 일을 처리한다면, 그것은 헌법상의 권력분립의 원리에 반하는 것으로 위헌이 된다고 할 것이다.

정부는 기관의 통합 여부에 관한 결정의 문제가 법률사항이라는 점을 인식하여야 하며, 그에 관한 우리의 헌법질서를 존중하여야 할 것이다.

 

4. 기관통합을 통한 거대한 통합공기업의 탄생은 공기업혁신정책기조에 역행한다.

공법학도인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정부의 토공․주공의 통합 정책은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를 보는 시각에 사로 잡혀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 공법제도인 공기업제도의 개혁과 관련하여 정부정책은 ‘공적 기능’ 부문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관의 통합 여부는 공기업구조조정의 본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위적이고 강제적인 기관통합은 결과적으로 거대 부실공기업을 탄행시켜 국민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작은 정부론‘에 배치되고, 공기업의 효율성을 실현하고자 하는 공기업혁신정책에도 역행됨은 물론 공기업의 공적 기능 수행에 중대한 장해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통합방침에 따라 양기관이 통합되는 경우 자본금 13조원, 자산 27조8천억원, 직원 4800명여명의 거대한 공기업이 되며, 합병후 부채는 20조원에 달하게 되어 부실공기업을 만들어 내게 되는 것이다. 즉, 통합시 통합된 공기업의 총부채가 20조원이 되고, 이 중 이자를 부담하는 부채가 10조원이므로 년간 이자만도 1조원을 부담해야 하는데, 99년 토공의 영업이익은 5,011억원, 주공의 영업이익은 354억원이지만, 이와 같은 영업이익으로는 앞에서 말한 총부채의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통합은 결국 통합공기업의 부채 및 부실자산 과다로 인해 경영 악화를 가중시키게 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우리나라 주공․토공과 기능이 유사한 주택공단과 택지공단이 있는데, 일본정부는 지난 81년 양기관을 통합하여 주택도시정비공단을 탄생시켰으나, 이 공단은 미분양 자산의 누증과 적자재정의 심화, 방만한 조직운영 등 통합부작용으로 인해 결국은 지난 99년 폐지하고 도시 재정비를 중심으로 하는 도시기반정비공단을 설립함으로써 공기업통합이 실패하였음을 인정하는 제도개선을 하여야 했다.

 

5. 토공․주공의 물리적 통합은 경영혁신의 방안이 될 수 없다.

공기업의 경영혁신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경영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이 경우 방만한 인력구조가 문제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해당 기관내의 부서의 통폐합이나 인력의 구조조정과 업무의 조정을 통해 경영혁신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기관 통합의 경우에는 기관구성원들간의 융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통합에 따른 정책적 순기능의 효과를 기대하기가 매우 어렵다. 통합시 인력의 과다를 수반하여 지속적 인력구조조정 작업을 수행하여야 하는데, 이는 통합기관의 경영수행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로 갈등요인이 될 수 밖에 없게 된다. 특히 인사, 승진 등 구성원의 신상에 관한 결정을 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출신기관별 갈등이 극심해 질 수밖에 없게 된다. 정부는 국가의 통치권에 근거하여 기관통합을 물리적으로 강행할 수 있지만, 조직을 움직이는 사람의 마음까지 물리적으로 통합기관에 순응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통합위주의 공기업 구조조정정책은 그 역기능과 폐해를 덮어 둔체 행정편의적 정책집행에 만족하는 개악적 정책집행이라 할 것이다. 더욱이 통합기관의 경영효율성의 저하로 인해 통합목적을 실현하지 못하게 되는 모순현상을 만들어 내게 되는 것이다. 즉, 정부는 기관통합을 강제할 수 있지만, 기관구성원의 통합은 정부의지데로 이루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하다면 기관의 통합정책은 부당한 논리전제에 사로잡힌 모순적 정책집행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직시하여야 하며, 기관통합위주의 개혁정책을 포기하여야 할 것이다.

그 대신 정부는 기관별로 경영혁신을 이루어 내는 방안을 모색하는 정책을 수립하여야 하여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당해 공기업이 수행하는 공적 기능의 유무를 중심으로 그와 같은 기능을 지원․육성해 주거나 공적 기능이 소멸된 경우의 공기업인 경우라면 당해 공기업의 폐지를 전제로 하되, 다른 공적 기능을 새롭게 부여하거나 아니면 민간부분에게 넘겨 民營化하는 방안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6. 公共財로서의 토지의 개발․관리․비축이라는 ‘공적 기능’은 노하우를 가진 전문기관을 필요로 하는데, 기관통합은 토공의 전문성을 훼손할 뿐이다.

토지는 우리 국가의 자원임은 우리의 후손들과 공유해야 하는 公共財이기 때문에 그 이용이나 개발과 관련하여 시행착오가 있어서는 아니된다. 특히 통일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오늘의 시점에서 보면 그 어떤 시대보다도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하다. 남북한의 보완적 산업구조의 형성, 지역경제의 자립기반의 구축,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남북 균형적 건설 등은 토지의 비축정책을 병행하는 토지의 개발․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면 토공은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약 2조 6천억원 규모의 기업의 부채상환용 토지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기업과 금융기관의 연쇄도산을 막은 바 있으며, 또한 토공은 현대건설 자구계획의 중추인 서산간척지 자체매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2차에 걸쳐 총 3천450억원을 선지원하였다. 뿐만 아니라 토공은 정부의 중요한 국정운영지표인 「남북통일을 지향하는 남북 교류 활성화 정책」의 실질적 구체화를 위해 「개성공단개발」을 주도함으로써 통일한국의 체계적 국토개발․관리를 준비하고 있다.

21세기에 있어 우리 나라의 토지정책은 국토자원의 효율적 이용기반 구축과 국토공간의 선진화된 환경조성을 지향하여야 하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토공과 같은 토지전문기관의 전문성을 지원․육성해 줌으로써 가능해 진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토지의 개발․관리와 관련하여 시행착오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토지전문기관을 지원․육성하여야 하며, 이 점에서는 토공을 전문기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공기업정책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본다.

 

7. 構造改惡을 초래하는 통합정책의 포기가 오히려 설득력을 가진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토공․주공 통합이 거대한 부실공기업의 탄생을 초래하는 것이라면, 정부는 일단 토공․주공의 통합정책 추진을 중단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발전적으로 수정되어야 하는 것이며, 공공부문개혁과 관련하여 토공․주공의 통합이 정책목표로 설정되었다고 하여,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는 것이다. 통합정책이 공기업의 구조개혁이 아니라 構造改惡을 초래한다면 그와 같은 개악적 통합정책은 추진을 중단하는 것이 논리상 타당하며, 설득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정부의 공기업정책에 대하여 우리 공법학도들은 그 입법정책에 관한 연구를 소홀히 하였고, 법리적 검토나 법체계적 검토에도 소홀히 한 결과 입법정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기업법이론을 발전시키지 못하였다. 그 결과 공기업제도의 개혁문제가 정치적 논리나 행정편의적 논리에 의하여 논의되는 행정실무적 경향을 초래하였다. 오늘날의 헌법국가, 법치국가에 있어 행정정책의 집행은 오로지 우리의 실정법질서가 허용하는 틀내에서 이루어질 것이 요구되고 있는데, 이는 곧 공기업개혁의 문제가 상당부분은 법적인 문제이며, 법적 검토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공법학도들은 공법적 현상들에 대한 연구나 관심이 부족해 정책당국자들이 공기업제도 개혁의 문제를 법외적 현상으로 취급하는 행정관행이 되도록 방치하였다.

이제 정부는 토공․주공의 통합방안을 정해진 수순데로 밀어 부칠 것이 아니라, 통합정책의 추진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법적 특히 공법적 검토가 부족하였음을 반성하는 입장을 취하여야 하며, 국법체계에 적합한 공기업제도의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國法體系에 적합한 통합정책의 모색이야 말로 정책당국자가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안목이라 할 것이며, 이와 같은 안목을 바탕으로 해 공기업의 의의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 평가하여야 한다는 명제를 긍정하는 발상의 전환을 하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공기업의 존재의의는 국가의 기능과 역할과의 유기적 관련속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기업제도는 국가의 행정책무실현을 위한 특수한 조직형태로 각국에서 성립․발전되어 온 公法制度이므로 공기업의 통합이나 공기업제도의 개혁은 반드시 공법적 시각에서의 국법체계에 적합한 논리적 검토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논리적 검증절차를 결여한 정부의 토공․주공의 통합방침은 전근대적 행정관료주의나 행정편의주의에 근거한 정책이므로 반드시 철회되거나 일단 중단되어야 하는 것이다.

 

8. 정부의 통합정책은 국가의 기능과 정부의 기능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주공과 토공의 업무가 헌법상의 國益實現과 관련하여 필요한 국가의 ‘공적 기능’에 속하는 경우라면, 당대의 정부가 그와 같은 국가의 ‘공적 기능’ 수행에 장애가 될 제도변혁을 행하여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정부의 정치적 이해는 국가의 이해와 상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실정법 제도가 보호하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이익인 것이지 한시적 정부의 이익은 아닌 것이다. 따라서 國益과 정부(정권)의 이익과는 엄격히 구별되어야 하며, 정부는 국익실현을 존중하는 정책을 수행해야할 구속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토지는 유한하며 영속적 公共財이기 때문에 그 개발․관리에 있어서는 전문적 노하우를 가진 토공과 같은 전문기관이 통일시대를 대비할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하여야 하는 것이다.

 

Ⅳ. 結 論

 

필자는 앞에서 정부의 토공․주공통합정책이 지닌 문제점을 지적하고 통합을 반대하는 8개의 사유를 제시하였다. 공법학도, 특히 행정법학을 전공하고 있는 필자는 행정국가에 있어 행정권이 지나치게 강화되는 현실 때문에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의 하나인 법치국가의 원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에 많은 의문을 가진바가 있다. 특히 법치국가의 원리는 행정권행사를 구속하는 원리이면서도 오늘의 주제인 토공․주공의 통합추진에서 보듯이 정부가 통합방침을 미리 정해 놓고 그 방침에 따른 통합을 물리적으로 강행하고자 하는 경우에 별다른 제동이나 견제역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정책의 실패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은 의약분업제도의 강행적 실시로 인해 생긴 작금의 의료재정의 파탄이 웅변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정부가 우리 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토공․주공의 통합을 강행한다면, 성공한다는 보장을 누가 할 수 있는가? 통합정책의 실패로 토지의 이용․개발 관리체계를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경우에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토지는 그 특성상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토지의 개발․관리 등의 국가책무는 그 어떤 다른 국가책무보다도 公共性이 강하게 요구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 헌법 제23조 제2항이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하여야 한다’고 하여 재산권행사의 공공복리적합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재산권 중 토지재산권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추어 볼 때 토지재산권행사의 공공복리적합의무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수많은 토지공법들이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도모하기 위해 다양한 용도지역제에 의한 규제를 행하고, 인․허가제에 의해 토지재산권행사를 규제하는 것도 결국은 토지가 지닌 ‘공공성’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하다면 토지의 개발․관리․비축 등의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토공의 공적 기능을 종전보다 강화시키는 것이 재산권행사의 공공복리적합의무를 헌법의 취지에 부합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토공의 공적 기능 수행에 위축을 초래할 여지가 많은 주공과의 통합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토공․주공의 물리적 통합을 즉각 중단하고, 오히려 토공의 공적 기능을 특화시켜야 할 것이며, Land Banking과 같은 공적 기능을 새롭게 부여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는 토공 등의 공공단체들이 수행하는 공적 기능이 원래는 국가의 재정부담에 의해 수행하여야 하는 국가의 책무에 속한다는 사실에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토공이 수행하는 공적 기능과 관련하여 경영효율이라는 잣대로 판단하는 위정자들의 인식은 국가의 존재의의와 국가목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국가는 그 어떤 경우에도 ‘기업’, 즉 ‘장사꾼’이 되어서는 아니된다. 국가는 재정권 등 많은 국가적 공권을 행사할 수 있는 통치단체인데, 국가가 공기업을 내세워 장사(수익성)를 한다면 그것은 헌법상의 자유주의적 시장경제질서에 반하는 것이며, 우리의 헌법질서에 위배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가는 민간부문이나 사회부문이 감당할 수 없는 영역에 한하여 國益實現 내지 國家責務 실현의 관점에서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경우에 비로소 국가적 관여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토지의 영속성은 국가자원 및 공공재로서의 토지의 가장 큰 특징의 하나이기 때문에 토공의 기능 중 토지의 관리․개발․비축 등의 공적 기능 역시 영속적인 국가책무에 속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기업 경영혁신의 차원에서 토공․주공의 통합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공법학도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정부는 공기업제도의 개혁을 논의함에 있어 처음부터 경영혁신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오늘날의 국제화 시대에 있어 한반도 주변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여건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변화의 시대가 토지의 개발․관리 등에 요구하는 公的 機能이 무엇인지를 발굴하여 그에 상응하는 公的 機能의 확대를 모색하는 것이 순서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공기업제도의 개선문제는 공법학적 법리와 체계 속에서 연구되고 검토되어야 할 공법적 과제라는 점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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