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의 법적 책임>

페이지 정보

1,142   2016.03.18 10:03

본문

[시론]

 

<난개발의 법적 책임>

 

石 琮 顯

사단법인 韓國土地公法學會長

 

최근 국토의 난(亂)개발 문제가 사회적 논란의 대상된 바 있으나, 이에 대하여 법적 책임의 문제로 파악하는 논의는 찾아 보기가 어렵다. 필자는 다른 기회에 법적인 관점에서 난개발은 국민의 환경권 침해 여부와 이와 관련해 관련법제도의 위헌적 소지가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난개발의 문제는 사실은 계획법제의 흠결의 문제이거나 아니면 법제도 운영의 미숙의 문제일 수 있다. 만약 계획법제의 흠결의 문제라고 한다면, 그와 같은 흠있는 법제도를 정책적으로 도입한 관계당국의 책임이 따르게 마련이며, 이와 관련하여 관계당국의 재량권의 남용이나 일탈의 문제가 생기며, 아울러 관련 법익(法益)을 제대로 형량하지 못한 행정예측(行政豫測)상의 하자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행정예측하자의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할 법이론이 아직 발전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법리적으로는 난개발이라는 결과적 문제에 대하여 누군가 법적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더욱이 난개발의 원인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난 93년 국토이용관리법을 개정하면서 준농림지역이라는 용도지역제를 도입한 데 따른 것으로 보는 것이 보통이라는 점에서 보면, 당시 준농림지역제의 도입은 행정예측상의 하자(瑕疵)를 지닌 것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난개발의 문제를 법제도의 운영의 미숙의 문제로 보는 경우에는 행정편의적인 관료주의에 따른 감독권의 해태(懈怠)의 문제가 되며, 이는 형사법상으로는 직무유기죄의 구성요건이 될 수도 있고, 행정상으로는 재량권의 하자의 문제가 되어 행정내부적으로 징계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법적 책임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법제도의 시행은 이른바 기성(旣成)의 법률관계를 형성하며, 이는 행정당국․공기업이나 민간건설업체 등의 개발주체․국민과의 법률관계로서 이들 은 상호이해가 대립되는 갈등관계에 있는 것이 보통이다. 행정당국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제도가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제도개선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성의 법률관계를 최대한 존중하는 범위내에서 하여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제도개선의 필요성이라는 公益과 그로 인해 침해되는 私益을 비교형량하되, 비례원칙을 준수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비례원칙은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존의 제도 그 자체를 부정하고 새로운 제도를 창출하는 식의 제도개선은 허용되지 않는다 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공법이론은 계획보장청구권을 인정할 것인지의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용도지역의 지정에 관한 국토이용계획의 존속을 신뢰하여 재산적 가치나 노력을 투입한 경우에 당해 계획의 변경․폐지 또는 불이행과 관련하여 행정당국과 그 수범자간에 생기는 리스크를 적절히 분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난개발방지대책은 준논림지역을 장기적으로는 폐지하고, 단기적으로는 준농림지역의 토지이용규제, 즉 용적률을 대폭 강화한다는 점에 있다. 이와 같은 정부의 대책은 제도 자체의 폐지를 수반하는 것으로 수범자들에게 그 리스크를 전담시키는 것을 의미하며, 계획보장청구권 법리에 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계획법제의 수범자인 민간주택건설사업자의 경우 준농림지역내에 기확보한 토지에 대하여 생기는 기회손실과 이로 인한 경영압박 등으로 인해 주택건설업계 전체가 붕괴할 수 있는 리스크를 부담하게 되는데, 이를 전적으로 주택건설사업자에게 떠 넘기는 것은 법리상 타당하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계획보장청구권의 법리는 계획제도의 폐지로 인하여 재산상의 불이익을 받게 되는 자는 행정당국에 대하여 그와 같은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과도기의 설정 또는 주택산업의 안정화를 위한 정책지원 등)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보고 있다. 이를 학설은 경과조치 및 적합원조청구권이라 하고 있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난개발의 문제는 관계기관의 행정예측상의 하자로 인해 야기된 법적 문제인 것이나, 언론의 논조는 지나치게 사실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하여 개발업자의 책임을 부각시키는 경향에 있다. 이와 같은 논조는 법치마인드를 유명무실하게 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법치주의는 현행계획법제가 허용한 범위내에서의 개발행위에 대해서는 그 적법성과 정당성을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제도가 지닌 문제의 결과로서의 난개발이 발생하였다면, 그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 법적 책임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정부의 정치적 책임의 문제가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행정의존시대인 오늘날에 있어 우리 국민은 실정법제도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또한 그 제도의 존속을 신뢰할 수 밖에 없는데, 문제가 생기는 경우에 이들 책임을 受範者에게 전가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원리에 반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난개발 방지대책을 마련함에 있어 선계획 후개발 방식의 환경친화적 계획개발제도의 정착을 위해 노력하되, 선계획의 범위내에서 개발수요의 주체인 민간사업자 등의 개발행위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강화하여야 한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법적인 관점에서 난개발 방지대책의 문제가 기성의 법률관계를 合憲的 범주내에서 公益과 私益을 정당하게 衡量하여야 하는 問題라는 점을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