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국가교육위 설치案` 문제 있다

페이지 정보

1,257   2016.03.18 14:05

본문

[법치시론 제27호]

 

법치시론 제27호는 관리자가 문화일보(2002.3.4.)에 기고한 글이며, 자료제공의 차원에서 여기에 게시하는 것입니다.

 

<포럼>`국가교육위 설치案` 문제 있다

 

 

교총은 교육정책에 관한 국민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현재의 장관 독점의 교육정책 결정구조를 벗어나 합의제의 독립적 교육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교육의 자주성 보장을 위한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운영 방안’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보고서는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의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위원회는 국가 교육정책의 종합적인 수립·평가 기관이 되고, 교육부는 위원회가 수립한 교육정책의 집행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장관이 독단적으로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경우에 교육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논리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원론적으로는 매우 시의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 나라의 교육정책이 혼란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해 보면 교육정책의 혼란 문제를 독임제 행정 관청의 탓만으로 돌리는 제도 개선안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합의제 행정기관이 교육정책 결정을 위한 최선의 행정조직이라는 명제가 성립되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행정위원회 제도는 특히 미국의 행정 문화를 바탕으로 발전된 것으로, 대화와 토론 문화가 고도로 발전된 민주 시민 사회라는 토양을 필요적 요건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와 같은 토양이 성숙되지 아니한 우리의 행정 문화와는 맞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나라는 ‘위원회’ 천국이라 할 정도로 수많은 행정위원회가 의결기관, 단순한 자문기관, 합의제 행정기관 등 다양한 유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외국의 행정제도를 모방하는 경우에는 먼저 국가 형태를 고려하여야 하며, 미국과 같은 연방국가에서 운영되는 위원회 제도가 우리 나라처럼 중앙집권 국가에서도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는 논리 전제는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외국 제도의 도입은 우리의 실정에 맞게 ‘한국적’으로 변용·수용하는 것이 정도이다.

일응 교육의 정치적 종속화의 심화를 우려하면서도, 대통령 직속의 위원회 설치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보고서의 발상은 무엇인가. 현행 대통령제 아래에서 가장 정치적인 헌법 기관이 바로 대통령인데, 보고서는 이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번 교총의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제안 역시 문제 해결의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또 보고서는 행정위원회라는 행정기관의 설치를 방안으로 제시하면서도 그에 대한 공법적·행정조직법적 시각에서의 법률적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 아니라 적어도 우리의 국법 질서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의 제도인지 여부가 먼저 검토되어야 하는 것이다.

어떤 제도의 도입이 행정조직법적 관점에서 문제가 있으나, 국가 발전을 위해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 제도라면 입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헌법 위반의 문제가 된다면 일단은 그 제도의 합헌성(合憲性) 여부에 대한 충분한 논증없이 제도 도입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방안은 헌법 및 행정조직법이 관련되므로 법리적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보고서는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또 보고서의 제목에서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라는 말은 무엇인가.

초정권적 행정기관의 설치는 헌법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제도 개선의 방안은 일단은 합헌적 범위 안에서 주장되고 논의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교총은 알아야 한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교총의 제안은 교육정책의 지속성 유지의 필요성이라는 면에서 원론적으로는 타당하다. 그러나 교육정책 혼란의 문제를 장관 독점의 제도 문제로 보거나, 합의제의 교육정책 결정을 위한 제도 도입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주장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교총의 제안이 교육 관료주의의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계기가 되고, 교육정책 입안자들의 반성과 발상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중증에 빠진 교육정책의 치유는 먼저 정확한 원인 진단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본다.

/글 석종현 단국대 한국공법학회장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