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官)피아 공화국,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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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3   2016.03.1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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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봉논단> 관(官)피아 공화국, 대한민국,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 29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게 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며 국민을 향해 사과의 뜻을 표했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비정성의 정상화를 반드시 이뤄내 새로운 대한민국의 틀을 다잡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이번 만큼은 소위 '관피아(관료+마피아)'나 공직 '철밥통'이라는 부끄러운 용어를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추방하겠다는 심정으로 관료사회의 적폐를 국민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실히 드러내고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공직사회에 대한 고강도 개혁 추진의지도 밝혔다.

 

세월호 사건 주범으로 관료주의가 다시 도마에 오르면서 해수부의 마피아라 해서 ‘해피아’라고 하더니 그런 현상이 관료사회에 만연했다는 인식에 따라 ‘관피아’로 확대되었다. 원래 그런 용어는 철밥통 관행이 가장 심한 과거 재무부를 마피아에 빗댄 ‘모피아’에서 연유한 것이다. 관피아는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서로 견제하는 관계여야 할 정부·학문·산업의 이해 관계자들이 오히려 폐쇄적으로 특별한 공생관계를 형성한 집단을 뜻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3대 관피아로는 모피아, 원전 마피아, 토건 마피아가 있다. 모피아는 재정경제부(MOFE) 출신 경제 관료들이 주요 민간 금융기관에 ‘낙하산 인사’로 투입되는 관행을 의미하며, 현재 금융기관장 26개 자리 중 이들이 13곳을 장악하고 있다.

원전마피아는 마피아는 발전소의 부품을 생산·공급하는 기업과 원자력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학계가 한국수력원자력과 담합한 상황을 가리키는 합성어다. 한국수력원자원 출신 고위 퇴직자가 부품업체에 재취업해서 부실 납품의 고리 역할을 하는가 하면, 철도마피아- 철도고,철도대 출신이 코레일,철도시설공단 등 철도 관련 기관을 장악한 멤버들이다.

원전 토건 마피아는 토목·건축 분야의 예산을 장악한 이익집단을 칭하는 단어로 골프장 건설이나 4대강 산업 등을 주도했다. 외환위기를 몰고 온 모피아, 전력수급난을 일으킨 원전 마피아 그리고 무리한 건설로 환경파괴를 야기한 토건 마피아는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만큼 강력해 사회악인 마피아로 불린다.

 

산피아는 산업부 관료 출신들이 산업기술진흥원, 민단발전협회 등의 산업 관련 기관을 장악한 산업부 퇴직 고위 관료(4급 이상)들을 말합니다. 군(軍피)아는 군장성 출신의 인사들이 방위산업체 또는 군수품 중개업체에서 중역으로 취업하여 세력을 구축한 집단이고, 국피아는 국토교통부 관료 출신들이 LH공사,인천공항공사 등 건설 교통 관련 기관을 인수한 그룹들을 일컫는다.

이번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해피아 또한 관피아의 신흥세력으로 떠올랐다. 해피아 역시 해양수산부와 해운조합의 담합으로 이뤄졌다. 해양수산부 관료 출신들이 38년째 해운조합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산하기관 14개 중 11개의 기관장이 해양수산부 출신이다. 이러니 해운사를 감사·관리해야 할 관청이 오히려 심사 보고서를 조작해 해운사의 편의를 봐주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검사 기관이 화물적재, 선박의 노화 상태뿐만 아니라 구명벌의 작동 여부를 확인조차 하지 않고 정부 또한 배의 수명을 10년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이러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언제부턴가 재벌공화국, 자살공화국, 사고공화국 같은 달갑지 않은 별명을 가지게 되었던 적이 있었는데,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마피아공화국이란 용어가 등장했다. 대형 참사, 지저분한 사건의 배후에는 도덕이나 윤리 같은 「공동체 질서」는 실종되고,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힘의 질서」가 어른거리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힘이 있으면 이웃이나 사회에 봉사하기 보다는, 어깨에 힘을 주고, 누군가를 괴롭히고 뜯어 먹으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식민잔재가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인가? `노예근성`이란 채찍을 든 강자에게는 자발적으로 복종하면서도, 자기보다 약한 대상을 괴롭히며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마피아 생태는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하여 상대방이 저항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권을 탈취하는 구조를 이룬다. 힘의 불균형이 심해지고 재량 범위가 클수록 시장에서나 정부에서나 으레 「마피아 질서」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지 끼리끼리만 살겠다는 의식구조가 팽배한 사회일수록 마피아형 인간군상이 창궐하기 마련이다.

심리학자들은 남의 아픔이나 불행을 공감하지 못하는 병리현상을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 장애)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정의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마피아 본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먹`들이 힘없는 상인을 괴롭히며 갈취하는 자릿세, 대기업과 부품업체 또는 대리점 간에 형성되는 주종관계, 홈쇼핑업체와 중소기업 간에 벌어지는 「갑을관계」 모두 사이코패스 형 마피아 문화가 아니고 무엇인가?

정부의 입김이 미치는 조직이나 업계에는 예외 없이 전직 공직자들이 출신에 따라 `성골`과 진골`로 나뉘어 크고 작은 자리를 독·과점하고 있다. 집행하는 예산의 규모가 크거나 인·허가 종류가 많은 부처일수록 `기회`는 많아진다. 어느 `진골`출신 인사는 낙하산을 번갈아 타고 공기업, 협회, 사기업 등 무려 5곳의 사장, 회장을 거친 다음에도 계속하여 고문과 사외이사를 중복하여 맡고 있다.문제는 그의 경력이나 능력과 관련이 낮은 자리를 계속 차지했다는 점이다. `마당발`이라고 불리는 그는 남다른 우월감을 내비치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가 머물다 간 조직에서는 그를 `쥐x끼`라고 부르는 직원들이 허다하다.

마피아의 원조 격인 시칠리아 마피아(Sicilia Mafia)에게 부탁하면 대부분 문제를 해결해 주는데, 불문율은 언젠가는 반드시 그 빚을 갚아야 한다는 점이다. 영화 `대부 2`에서 마피아세계의 잔혹성을 상징하는 대사가 있다. "우리 아버지는 그가 거부하지 못할 제안을 했어." 말을 듣지 않으면 무자비하게 없애버리겠다는 뜻이다.

강자가 힘을 자랑할 때 대항할 힘이 없는 약자들의 공포감은 가중된다. 예산을 집행하고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그들에게 업자들이 정면으로 맞서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원조 마피아`들은 목숨을 내거는 등 행동의 대가를 그들 자신들이 직접 치르지만, 소위 관료 마피아들이 특정인이나 특정기업에 베푸는 `시혜`는 국가와 사회가 대신 부담한다. 원조 마피아들은 주는 만큼 받으려 하지만, 부패한 공직자들은 큰 것을 주고, 작은 것을 받는다. 받는 것은 제 것이 되지만, 주는 것은 개인이 아니고 공공의 것이다.

한 분야의 권력을 특정집단이 독과점하는 ‘마피아’, 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특정 집단, 또는 개인에게 집중되는 특혜에 머물지 않는다. 조직의 무능과 부패를 야기한다.

특히 정책이나 안전 등의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일수록 이들의 피해는 국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해수부 마피아에 여론이 더욱 비판적인 것도 이런 까닭이다. 앞으로 이런 마피아와 낙하산 인사를 방지할 사회적인 장치가 더욱 절실해 보인다. 석종현(한국법제발전연구소 이사장, 한국공법학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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