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 집단소송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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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9   2016.03.1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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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집단소송제는 안된다.

 

 

▶ 게재지 : 중앙일보

▶게 재 일 : 2001년 11월 22일 07面

▶ 글 쓴 이 : 석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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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집단소송제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집단소송제란 경영진의 중대 과실로 인해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그 집단을 대표하는 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하고, 판결의 효력은 피해자 전체에게 돌아가게 하는 제도다. 재정경제부와 법무부는 지난 10월 공청회 등을 통해 집단소송제정부시안을 확정하였다. 이제 국회만 통과하면 새로운 법률이 탄생하게 된다.

 

*** 재판권 침해 등 위헌 소지

 

1990년 12월 법무부 산하 `민사특별법제정 분과위원회`에서부터 비롯된 집단소송제 논의는 이후 굵직굵직한 사회적 이슈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일부 시민단체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차원의 소액주주운동을 전개하면서 세인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집단소송제는 개별적인 분쟁의 해결을 주로 하는 우리의 사법체계나 소송실무와 일치하지 않으며, 특히 소송 참가의사를 밝히지 않은 피해자에게까지 판결의 영향이 미치게 되는 기판력의 지나친 확장은 피해자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게 돼 위헌(違憲)소지가 있는 등 법리상 문제점이 있다.

 

새로운 제도 도입과 관련해 위헌문제가 제기되는 경우 합헌적 법의 지배원리에 따라 도입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일본의 경우 집단소송제 도입논의 과정에서 부각된 위헌소지와 자국의 법률체계와 일치하지 않고 도입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집단소송제 도입을 유보하고 기존의 선정당사자 제도를 보완.활용하고 있다.

 

더욱이 집단소송제는 민사소송 체제 전반에 관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합리적 근거도 없이 주주 또는 증권 관련 집단소송만을 차별적으로 도입하고자 하는데, 이는 입법취지와도 맞지 않다.

 

이 제도는 경영자의 범법행위에 대해 집단적인 피해를 손쉽게 구제해 주려는 특례소송제도에 불과하다. 경영의 투명성 제고, 기업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등 정부의 주장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다. 집단소송제가 피해구제 금액에 초점이 맞춰질 경우, 경영자의 중대한 과실 또는 범법행위로 주가가 폭락한 기업은 소액주주의 피해액을 보상해 줄 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소송이 제기될 경우 회사의 가치가 더욱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소송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소송의 인센티브를 노린 전문브로커.변호사 등에 의한 소송 남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증권거래의 특성상 기업의 불법행위와 투자자의 손해액간의 인과관계 규명이 어려워 집단소송은 화해나 합의로 종결될 개연성이 높다.

 

미국의 경우 집단소송의 90% 이상이 화해 또는 합의로 종결되고 있다. 결국 집단소송제는 기업의 위법을 사전에 교정하는 장치라기보다는 주가하락에 대한 일종의 보험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받을 충격도 상상외로 클 수 있다. 소송에 대비한 인력과 불필요한 예산편성 등 경영활동과 무관한 코스트가 증가될 뿐이다. 기업은 집단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대외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며, 소송참여를 위한 임원들의 업무공백으로 경영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도 있다.

 

1995년 증권집단소송에 대한 미국 상원 보고서에 따르면 피고회사의 직원이 집단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약 1천시간에 이른다고 한다.

 

*** 중기.벤처기업 도산 우려

 

더구나 집단소송은 소송금액이 큰 특성을 감안할 때 패소한 법인 및 관련회계법인의 도산이 우려되며, 소송비용 부담능력이 없는 선의의 중소 및 벤처기업은 화해.합의비용만으로도 도산할 수 있다.

 

기업의 담당임원은 패소할 경우 개인파산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단기.실적위주 사업에만 집착하여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경영활동에 제약을 준다. 특히 중소.벤처기업은 집단소송의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하여 기업공개를 꺼리게 됨에 따라 자본시장 발달에도 제약을 줄 수 있다.

 

한 사회에서 법은 사회구성원간에 합의를 통해 제정된다. 때문에 누구든 법 앞에서는 평등하고, 법에 의해 시시비비를 가린다.

 

정부가 새로운 제도 도입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고자 할 때는 먼저 헌법과 기존의 제도를 존중해야 한다. 개혁이라는 이름과 명분 하에 위헌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무시하고 입법을 강행한다면 `악법(惡法)의 제정`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을 낳게 될 것이다.

 

石琮顯(단국대 교수, 한국법제발전硏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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