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론] ‘한총련’ 법대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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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3   2016.03.1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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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한총련’ 법대로 하라

 

石琮顯 교수(단국대 법학과)/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공동대표

 

지난 7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미군 신속기동여단의 국내훈련에 반대해 서울과 경기 등 전국 곳곳의 미군시설에서 동시다발적인 기습시위를 벌였다. 특히 포천에서는 미군 사격장내로 진입해 장갑차를 점거하기도 하였다. 학생들은 한반도 전쟁 위협 즉각 중단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성조기를 불태우는 등 시위를 벌였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지나친 반미시위가 결과적으로 미군 재배치 등 미국의 한반도정책의 변화로 나타나 국가안보와 국익에 해로운 결과를 초래한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 한총련의 시위는 우려의 대상이지만, 사실 그 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한총련의 법적 정체성인데, 이를 법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논의가 활발하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허지만 한총련 문제는 법적으로 보면 해결책을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즉, 한총련이 대법원의 판단(1999.12.28. 선고 99도4027 판결)대로 이적단체라면, 그 단체는 해체되어야하며, 그 구성원들은 형사적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정부도 한총련이 불법단체임을 알게 된 이후에는 그것을 용인할 권한은 없기 때문에 의법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를 방치하거나 해태(懈怠)하는 경우에는 1차적으로는 관계 법무부장관이 그에 대한 정치적․법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여야 하며, 2차적으로는 불법을 용인한 정부와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 아울러 집권여당은 불법을 방치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고, 야당 역시 불법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와 입법적 대응을 하지 못한데 대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아는가? 오래 전의 사건이지만, 어느 시민의 경우는 공중전화기가 삼킨 50원의 돈을 반환받기 위해 그 보다 수십배의 대가(소송비)를 치루고 소송을 제기한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법의 이름으로 형사처벌을 받거나 범칙금을 부과받거나 민사적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런데 법을 집행하는 권력기관들은 한총련에 대하여 자의적으로 법집행을 하거나 이를 해태하면서 국민들에게만 준법을 요구할 수 있는가?

 

검찰은 지난달 말 한총련 수배자 79명을 불구속수사하기로 결정한 바 있고, 이는 사실상 수배해제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수배중인 다른 형사피의자들에 대해서도 불구속수사 결정을 하여야 공평한 법집행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수배해제라는 정부의 관용조치 내지는 한총련에 대한 무조건적인 온정주의는 바른 법집행이 아니다.

 

이번 한총련 사태에 있어서 한미관계에 미치는 악영향이라는 국익침해의 결과 못지 않게 노무현 정부의 법집행에 대한 자세 또한 큰 문제다. 법집행에 있어 온정주의가 적용된다면, 법적용의 형평성이 무너지고, 결과적으로 법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게 되는데, 이를 정부는 알아야 한다. 법의 권위의 상실은 법의 권위로 유지되는 공동체적 질서의 해체와 국가권위의 추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노무현 정부하에서도 대통령의 말이나 생각이 법이 될 수 없다는 진부한 명제를 새삼 강조할 수 밖에 없는데, 법학도로서는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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