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그 풍찬노숙의 처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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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1   2021.08.1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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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봉 석종현논단

 

홍준표, 그 풍찬노숙의 처연함

 

홍준표의 지난 1년의 정치가 바람을 먹고 이슬에 잠을 잤는 진 따져 볼 일이다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處暑) 다음에 든 백로는 본격적으로 가을이 시작하는 때다. 곧이어 추분(秋分·923)이 되면 이때부터 밤의 길이가 낮보다 길어진다. 백로는 글자 그대로 희고 맑은 이슬이라는 뜻이다. 이맘때가 되면 새벽녘 풀잎에 이슬이 맺힌 것을 볼 수 있다는 데서 생긴 말이다. 이슬이 맺히는 온도를 이슬점이라고 한다. 대기 온도가 낮아져 수증기가 응결하기 시작할 때의 온도다. 우리가 잘 아는 어는 점(빙점)’, 즉 물이 얼기 시작할 때의 온도인 섭씨 0도가 되기 전이다.

노점상(길가의 한데에 물건을 벌여 놓고 하는 장사), 노숙인(길이나 공원 등지에서 한뎃잠을 자는 사람), 노천극장(한데에 임시로 무대만 설치해 만든 극장).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이런 말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풀이에 힌트가 있다. 모두 한데와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한데는 주위를 둘러봐도 가리거나 덮을 게 아무것도 없는 곳을 말한다. 즉 집 바깥인 것이다. 한자어로 하면 노천(露天)’이다. 노천극장을 비롯해 노천카페, 노천강당, 노천탕 같은 게 있다. 모두 한데에 만들어 놓은 것이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게 노천의 한자가 이슬로()’라는 점이다. 이를 자칫 길로()’로 착각하기 쉬우니 조심해야 한다. 한데에 있어서 이슬을 맞고 하늘을 볼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으니 절묘한 작법이다.

()’는 뜻을 나타내는 비우()’와 음을 나타내는 길로()’가 더해져서 만들어졌다. 빗방울이 길위에 얹혀 있다는 뜻이니, 곧 이슬을 말한다. 이슬은 한데와 연결돼 있어서 드러내다, 나타내다란 의미로도 많이 쓰인다. 노골적, 노출, 폭로, 탄로 등 많은 말이 이 자를 쓴다.

노점상이나 노숙인도 어원 의식이 흐려지면서 길로()’ 자를 쓰는 말로 알기 쉽지만 모두 이슬로()’. 대부분 이 말의 의미를 길거리에서 장사하는 사람’ ‘길에서 잠자는 사람정도로 알고 있기 때문에 을 연상해 그런 것 같다.

노숙인은 길에서 자는 사람이 아니라 이슬 맞고 자는 사람이라는 데서 온 말이다. 노숙(露宿)을 순우리말로 하면 한뎃잠이다. , 한데서 자는 잠을 뜻한다. 요즘 노숙인은 문전걸식(門前乞食: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빌어먹음)이나 남부여대(男負女戴: ‘남자는 지고 여자는 인다는 뜻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집 없이 떠돌아다님을 비유)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 모두 풍찬노숙(風餐露宿: ‘바람을 먹고 이슬에 잠잔다는 뜻으로, 객지에서 많은 고생을 겪음을 비유)한다는 점에선 비슷한 말이다.

노점상도 길()과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이슬()이 더 본질적인 뜻을 담고 있다. 노점(露店)은 점포 없는 가게다. 조선시대에 허가 없이 장사하던 난전(亂廛)’에 해당한다. 이들은 점포를 차리고 물건을 팔던 시전(市廛)’ 상인에 비해 한데서 떠돌아다니며 좌판을 벌였다.

 

어제 국민의힘 복당 신청을 한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억울하게 쫓겨나 12개월 풍찬노숙했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11일 홍준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지지층 65%가 저의 복당을 지지하고 있고, 당권 주자로 나선 10여명중 한명 빼고는 모두 저의 복당을 지지하고 있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홍 의원은 "일부 극소수의 반대가 있다고 해서 정당 가입의 자유를 막는 것은 민주 정당이 아닙니다"라며 "김기현 직무대행께서 복당 청문회 장이라도 마련해 주면 당당히 나가 그간의 일부 오해를 설명할 용의도 있습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이어 "우리 당 출신 두 대통령을 정치수사로 구속한 사람에게도 입당을 애걸하고 다른 당 대표인 안철수에게도 합당을 추진하는 마당에 같은 당 식구였던 막장공천의 희생자 복당을 막는 것은 정치적 도의가 아닙니다"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김기현 직무대행께서는 조속히 의원총회를 열어 큰마음으로 매듭을 풀어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당장 급한게 아니라고 하셨지만 억울하게 쫓겨나 12개월을 풍찬노숙 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전날 홍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저는 당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복당 신청서를 제출한 뒤 절차를 밟겠다고 알렸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공천 결과에 불복해 탈당한 지 12개월 만이다. 그는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에 출마해 금뱃지를 달았다.

홍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일시 당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면서 "당선 즉시 바로 복당하겠다고 굳은 약속을 했지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시간이 400여 일을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기에 복당 추진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서는 "(직전 지도부에서) 내가 개인적 악연 있었던 사람이 당을 이끌고 있었기 때문에 복당 신청서를 내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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