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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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제



부레옥잠이 호흡을 부풀릴 때
흐려진 너는 머물고 싶은 그 밖에서만 정화된다

네가 없는 곳에서 우는 법을 잊었지

-보이질 않아요
-10분 후에 한 번, 다시 10분 후에 골똘해 봐요

반전이 필요해 상처를 짓밟고 뭉개도 좋을,
한 번 또 한 번 그날을 확대한다

부레옥잠이 한쪽으로 쏠린다
망막 앓는 둥근 수조가 쪼그라든다

그날을 크게 떠도
저만치 걸어가는 우리가 부서지고
길 없는 이름이 지워진다

당황한 눈동자들이 물속으로 떨어진다

문득 날아든 티끌이었나 파문이었나
물살이 눈을 찔러 소리만 듣는 그 이름은,

어제를 분명히 보고 싶은데
모서리가 깨지고,
수조가 떨린다 내가 잠깐 젖는다

깨진다는 말에는 오한이 들어있다


- 최연수, 시 '산동제'


동공을 확대하는 안과용 약물, 산동제.
10분마다 세 번 눈에 넣습니다.
마치 외계 영화를 보는 듯 커진 동공.
그렇다고 눈이 잘 보이는 건 아니고 단순히 진료를 목적으로 한 것.

미처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이 있지요.
외부의 힘을 빌려서라도
눈이 확 뜨일 정도의 깨달음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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