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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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 2020.09.1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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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바싹 마른 멸치 똥을 떼어낸다 그 넓은 바다에서 누가 던진 그물에 걸렸기에 날 비린내를 끌어안고 꼼짝없이 이민 길에 올랐을까 그 어느 그물코에 꿰여 이곳까지 옮겨 머리도 창시도 다 버리고 끓는 냄비 속도 마다치 않고 잡것들과 섞여 온몸 흐무러지게 우려내지만 결국엔 버려지는 몸일 텐데 이끼 무성한 틈새라도 좋다 터를 잡아보려고 낮은 잡풀에도 몸을 낮춘 채 똥줄 타게 달렸다 허풍인 줄 알면서 은빛 비늘 부서져라 웃어줬다 믿기지 않지만 속아줬다 맨 프라이팬에 볶여 소주 안주가 되고서야 불빛도 없는 방에 들어 두 눈 부릅떠 팔딱이는 지느러미를 재운다 - 김미희, 시 '멸치' 작은 몸이 우려내는 국물이 어찌나 깊은지요. 뼈째 바친 몸이 어찌나 고소한지요.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흔적들이 바다의 맛을 품고 왔습니다. 단단하게, 야무지게 오늘을 여미며 그 근성을 음미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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